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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넥타이 정치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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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목도리 색깔이 파란색에서 회색으로 바뀌었다. 제17대 대통령 선거 투.개표를 한 19일 밤부터다.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오후 9시45분, 그는 잿빛 코트에 회색 목도리를 두르고 여의도 당사를 찾았다. 지지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연호했다. 그는 똑같은 차림으로 서울 청계광장에서 지지자들을 만났다.

이후 이 당선자는 늘 회색 목도리를 두른 채 움직였다. 당선자 신분이 된 20일 그는 출근길에 서류 가방을 들고 서울 가회동 자택을 나섰다. 역시 회색 목도리였다. 21일 각종 행사에 참석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19일 오전 가회동 투표소에 갈 때만 해도 목도리 색깔은 파란색이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동대문시장의 한 상인에게 선물받은 것이다. 이 목도리를 하도 오래 두르고 다녀 '이명박 목도리'란 별칭까지 붙었다. 웬만한 한나라당 관계자나 지지자들도 하나씩 장만해 '히트상품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가 목도리를 바꾼 이유는 뭘까. 이 당선자의 임재현 수행비서는 "선거운동 기간은 끝났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 당선자의 의상과 스타일을 돕는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회색 목도리를 고른 건 이 당선자"라며 "무난한 회색을 통해 당선자이자 국가 지도자로서 품위를 보여주고, 국민 화합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이 당선자가 (한나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19일 밤 청계광장에서 "나를 지지했던 이들이나 내 반대편을 지지했던 이들, 그리고 나를 힘들게 했던 이들까지 내일부터는 모두 하나가 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20일 당선 기자회견에서도 "선거가 아무리 치열하고 격렬했다 하더라도 분명한 사실은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이란 점"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토론분석자문단으로 활동한 박윤수 패션디자이너는 "이 당선자는 여러 상황에서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이미지에 맞춰 계산된 컬러를 선택한다"고 분석했다.

목도리뿐 아니라 넥타이에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넥타이를 골라주는 사람은 부인 김윤옥 여사다. 이 당선자에게 부드러운 이미지가 필요할 때는 연두색, 한나라당 후보임을 강조할 때는 파란색 넥타이를 맨다고 한다. 강한 이미지를 원할 경우에는 붉은색 계통을 선택한다. 이 당선자는 19일 파란색, 20일 붉은색, 21일 연두색 넥타이를 각각 맨 모습을 연출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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