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교통 大亂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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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의 자동차가 곧 2백만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서울과전국에서 차량수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수용할 도로.지하철등 교통시설은 대폭적인 투자증가에도 불구하고 거북이 걸음으로 확장되고 있다.이에 따라 교통대란(大亂)을 걱정하면서 차량보유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 예를 보면 차량수를 억제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따라서 교통대책은 우리의 차량수가 21세기초에는 2천만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제하에 수립돼야 한다.이 경우 효과적인대책은 두가지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첫째,일본이나 구미(歐美)제국에 비해 월등히 많은 승용차 평균 주행거리(일본 9,000㎞/年,한국 23,000㎞/年)를 일본수준까지 낮추는 일이다.차량수가 늘어나더라도 덜 다닌다면 혼잡을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수도권에 집중되는 교통량을 완화하는 일이다.같은 교통량이라도 한곳에 모인다면 혼잡은 더욱 가중되기 때문이다.
평균 주행거리를 낮추는 방법으로는 고통스럽지만 기름값을 비싸게 하는 것 이상으로 효과적이면서 공평한 방법은 없다.우리 유가(油價)는 80년대 중반까지 세계적으로 비싼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경유는 물론이고 휘발유 값도 싼 수준이다.자 연히 차량도대형화돼가고 있고 불필요한 자가용 주행이 늘어나 기름 소비증가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만일 기름값을 올린다면 그 돈으로대량수송 수단을 신속히 확충함으로써 일본처럼 출퇴근이나 장거리여행은 승용차대신 궤도를 이용할수 있을 것이다.
여러번 시도했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데서 알수 있듯이 수도권 집중을 막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그러나 대책을 포기한다면 그야말로 교통대란 때문에 천문학적인 국가 자원을 투입하면서도 국가 중추기능이 마비될 것이다.
〈농림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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