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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원류를찾아서>5.마야의 天池 아티틀란湖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티칼의 유적을 보여주던 원주민 안내인은 과테말라의 천지 아티틀란 보기를 권했다.
『과테말라에는 활화산이 33개나 있답니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산호수 아티틀란을 보셔야 합니다.광대한 호수 주변에 3개의 활화산이 불을 뿜고 있지요.그곳이 우리 마야의 고대왕국이탄생한 곳이랍니다.』 마야의 문명권은 과테말라의 북부와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를 포함하는 광대한 저지대와 화산이 많은 남부의고지대로 나뉘는데,지금도 과테말라의 중심은 수도 과테말라를 비롯,해발 2천~3천m의 남부 고지대에 있다.
먼동이 트기 전에 아티틀란행 버스를 탔다.버스에는 운전기사와차장을 포함해 모든 승객들이 인디오들이었다.그들은 스페인어 대신 마야어를 사용했다.
시가지를 벗어나자 갑자기 수백년을 거슬러 올라가 마야의 시절로 돌아간 것같은 풍경이 전개되었다.초가지붕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동네 고샅에선 머리를 길게 땋은 처녀가 물동이를 이고 가고있었다.현대문명을 모른채 모두들 어렵게 살지라도 누구나 단정하게 옷을 입고 있었다.
수도 과테말라를 떠난지 4시간만에 버스는 아티틀란 호의 분화구로 들어가는지 가파른 길을 사행(蛇行)하며 오르다 다시 급경사 길을 천천히 내려갔다.『아티틀란,아티틀란』하는 소리와 함께바다와 같은 광대한 천지가 전개되었다.백두산 천 지의 수십배에이르는 아티틀란호수 주위에는 해발 4천m에 이르는 3개의 화산이 구름 같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버스 터미널이 있는 파나하첼(Panajachel)은 별장들이즐비한 소도였다.호숫가 백사장엔 비키니 차림의 백인 피서객들로붐볐다.나는 백인들에게 민속의상을 팔고 있는 인디오들에게 접근,이 지방의 신화와 전설에 관해 물어보았다.골 동품을 팔고 있는 한 영감만이 이 지방의 역사를 말해주었다.
『옛날 이곳에 12고을이 있었는데 스페인 사람들이 정복하고 나서 고을 명칭을 산 티아고니 산 베드로니 하며 그리스도의 12제자 이름을 따서 모두 고쳤답니다.옛날「수투일리에스(Sutuilies)」왕국의 수도였던 우리 파나하첼만이 고유 의 명칭을고수하고 있지요.』 감으로부터 호수에 배를 띄우고 3개의 활화산에 제사지내는 민속신앙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는데,먼데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취주악단을 앞세우고「스페인 교회」의 하기학교 선교대가 행진을 벌이고 있었다.학생은 모두가 인디오이건만 목사와 교회의 간부들은 백인이었다.
오후3시 과테말라행 마지막 버스를 탔다.해가 중천에 있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냐는 나의 불평섞인 질문에 옆자리에 앉은 인디오 청년이 말했다.
『우리가 지금 내전 상태에 있는 것을 모르시오.밤이 되면 게릴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전쟁세(戰爭稅)를 징수합니다.』 스페인 정복 이래 계속 특권을 누려온 소수의 부유한 백인들에 대해대다수 가난한 인디오들이 투쟁하는 것이라고 했다.마야가 정복된후 2백년 가까이 버티던 마야의 결사대가 1697년 옛 수도 티칼 근교의 폴로레스에서 비참한 최후를 마 쳤었는데,지금도 마야의 후예들은 정글과 고원지대를 누비며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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