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 이 당선자 인맥 비교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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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0년 만의 정권 교체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 간 인맥 성향의 차이에서 실감난다.

노 대통령의 인맥이 '386 운동권'으로 대표되는 평등주의자들이라면 이당선자 주변에는 전문가형 실용주의자가 대거 포진해 있다.

노무현 당선자의 인수위 간사 및 위원들은 평등과 분배를 중시하는 학자들로 채워졌다.

경제 1분과 간사인 이정우 경북대교수, 2분과 간사인 김대환 인하대 교수는 분배와 재벌 개혁에 관심이 많았다. 서울대 상대 68학번 동기로 변형윤 교수 제자들의 모임인 학현(변 교수의호)의 일원이었다. 당시 경제분과 위원 중에는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론자인 정태인씨도 포함됐다.

외교·안보 분과 위원들인 서동만 상지대 교수, 세종연구소 이종석 연구위원, 국방연구소 서주석 전문위원은 모두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한·미 동맹에 대해선 '자주적' 입장을 강조하는 인물들이었다. 노 당선자 비서실은 학생운동 경력을 지닌 386들로 채워졌다. 이광재(기획팀장)·안희정(정무팀장)·서갑원(의전팀장)·윤태영(연설문팀장)·여택수(수행비서)씨 등이다.

반면 이명박 당선자의 인맥들은 CEO·교수 등 전문가형 실용주의자들이 대부분이다.

이 당선자 측근 중에도 386 운동권출신이 있지만 소수인 데다 이후 행정경험 등 전문 분야 경력을 지니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정태근 수행단장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이 당선자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시중 전 한국갤럽회장과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는 오랜 기간 기업을 경영한 CEO 출신이다.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코오롱 사장을 지냈다.

공무원 출신들도 오래된 관료라기 보다는 이 당선자와 서울시장 시절 함께 일했던 '비 직업공무원'출신이 더많다. 김윤경·이진영 비서 등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서울시 공무원이 된 케이스다.

이 당선자의 핵심 공약 개발에는 교수들이 깊이 간여했다. 정치권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 적었다. 중앙일보와 한국의회발전연구회가 분석한 결과 이 당선자의 정책자문그룹 성향은 '친 시장-한·미 동맹 중시'로 요약된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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