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기술硏 '맞춤형 연구'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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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에 위치한 신명금속 주학지 사장은 요즘 원자재값 폭등 소식에도 느긋한 편이다. 해군함정용 실린더 헤드라는 알짜 상품을 갖춘 탓이다. 이 기술은 생산기술연구원(원장 주덕영)에 연구.개발(R&D)을 맡긴 뒤 4년 만인 지난해 성과를 거둔 것이다. 독일에서 전량 수입하던 이 제품을 지난해 말부터 60% 정도의 가격에 내놓으면서 신명금속은 매출이 크게 늘고, 재무구조가 몰라 보게 탄탄해졌다.

지난해 매출 65억원이었지만 올해 1백억원 이상이 쉽게 예상된다. 주사장은 "원자재로 사용하는 니켈값이 1백%, 고철값이 50% 올랐지만 우리 제품의 부가가치가 높아 견딜 만하다"며 "생기원이 이 기술을 개발해주지 않았으면 벌써 회사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체적으로 연구했으면 2억~3억원을 들여도 성공했을지는 미지수"라며 "1억원의 연구비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생기원이 중소기업의 'R&D 도우미'로 떠오르고 있다.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 엄두를 못내는 R&D를 싼 비용으로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생기원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본원을 서울에서 천안으로 옮기면서 2000년까지 연구계약고가 급속히 줄어드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요즘은 이 같은 중소기업 지원 연구로 밀려드는 일감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2000년 5백36억원에 불과하던 생기원의 연구계약고가 지난해 1천3백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박사급 연구인력도 크게 늘렸다. 2001년 98명에서 지난해 말 현재 1백83명으로 1.8배 증가한 데 이어 올해 63명의 신규 정원을 추가로 확보한 상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이 최근 3년간 생기원에 과제를 맡긴 1천1백59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생기원이 기여한 경제적 성과를 조사한 결과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2000년 수출증대.수입대체.원가절감 등을 포함해 2천8백98억원이던 부가가치가 지난해 1조1천1백87억원으로 네배 가까이 증가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민철구 연구위원은 "생기원은 천안 본원을 포함, 전국 10군데의 지역에 분산형 연구센터를 배치하는 등 중소기업에 대한 현장 중시형 R&D 지원으로 지역혁신 클러스터(집합단지)의 중심으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89년 중소기업의 기술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신기술을 보급하는 목적으로 세워진 생기원의 최근 달라진 모습에 대해 주덕영 원장은 "철저한 성과주의 보상제도와 혁신과 효율을 중시하는 노사문화가 정착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성과주의 보상제를 시작한 지 3년째인 지난해 억대 연봉 수혜자가 전직원 7백7명 가운데 15명(2.1%)에 달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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