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눈길끄는 50년대 개성상회 3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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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종호(金鍾浩).단사천(段泗川).남상옥(南相沃.故)」.
최근 김종호(74.세창물산회장)씨가 제일은행을 상대로 6년여간의 법정싸움끝에 신한투자금융을 되찾으면서 금융계에 이들의 이름이 새삼 거론되고 있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이름이 됐지만 우리나라에서 금융기관들이 제구실을 못했던 지난 50~60년대까지만 해도 이들은 자금시장을 주름잡던 「3인방」이었다.
이들은 나이가 든 서울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개성상회 출신」.모두가 해방후 월남(越南)한 개성 출신으로 서울 을지로 입구에 동업으로 문을 연 개성상회에서 함께 장사하며 우의를 다졌다. 개성상회는 「동업은 깨진다」는 통설과는 달리 지금도 가장 성공적인「동업모델」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50년대 후반부터 각자 산업계에 발을 들여 놓으며 「금융자본가」에서 「산업자본가」로 변신했다.
현재 段씨(81)는 한국제지를,金씨는 세창물산을 각각 운영중이다.南씨(1908년생)는 국제약품과 타워호텔을 운영하면서 금융통화운영위원회위원.서울상공회의소회장등 화려한 사회활동을 하다84년12월 타계했다.
세월과 함께 이들의 시대는 흘러갔지만 끈끈한 맥은 2세들로 이어져 새로운 「3인방시대」를 형성하고 있다.새로운 3인방은 김덕영(金德永.44.두양그룹회장.梁正模前국제그룹회장의 다섯째 사위),단재완(段宰完.47.한국제지부회장),남충우 (南忠祐.50.타워호텔회장)등으로 이들도 부친들 못지않게 친하다.
김종호회장이 『21.7%로 신한투금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주주들과 친해 문제없다』고 자신있게 답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지난 82년 신한투금이 설립될 때도 金씨와 南씨 집안이 공동투자한뒤 최대주주였던 金씨가 경영을 담당했었다.
지금도 신한투금에는 남충우회장 일가가 12.9%의 지분을 갖고 있어,여기에 김종호회장의 지분 21.7%를 합치면 「개성상인지분」은 34.6%로 늘어나게 된다.지분으로 보나, 이들의 오랜 우정으로 보나 어떤 외풍에도 끄덕없다는 것이 이들 「패밀리」의 믿음이다.
〈吳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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