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입맛 바뀌나…IT보다 금융株 집중매수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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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달 들어 외국인들의 은행주와 KT에 대한 편식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부 증시 관계자들은 외국인들이 정보기술(IT).수출 관련 주식을 어느 정도 사들인 이후 금융.내수 관련 주식으로 옮아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외국인들의 선호 종목이 바뀐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외국인들이 은행주를 저평가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IT 관련주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전기.전자에서 은행.내수로=외국인들은 지난 1월 증시에서 폭발적인 매수세를 보였지만 업종별로는 큰 차이를 뒀다. 그 중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기.전자 업종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1월 외국인 순매수(4조5백억원)의 44%가 IT주로 부를 수 있는 전기.전자 업종 주식이었다. 1월 9일 하루에만 6천1백82억원을 이 업종 주식 순매수에 투입한 반면 은행주는 1월 한달 동안 고작 9%(3천8백억원)밖에 사지 않았다.

그러던 외국인들이 2월 들어 확 달라졌다. 순매수 규모도 줄었지만 선호 종목도 달라졌다. 2월 들어 18일까지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주식의 23.3%가 은행주였다. 전기.전자 업종은 6%(7백77억원)에 불과했다. 외국인들은 특히 국민은행.신한지주.하나은행.삼성화재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카드 부실 처리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고, 가계 연체율 회복 속도도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외국인들은 KT 주식도 대거 매수했다. 지난 12일엔 외국인 매수 한도(49%)까지 채울 정도로 식욕을 과시했고, 결국 외국인 비중은 이달에만 2%포인트(46.9%→48.9%) 높아졌다.

반면 LG전자.삼성전기 등에 대한 관심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일시적 현상인듯=한화증권은 외국인들의 선호 변화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 민상일 연구원은 "올 들어 IT주의 주가가 급등함에 따라 투자 매력이 감소했고, 내수 회복 가능성이 증대되며 외국인들의 관심이 수출주에서 내수 관련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의견도 적지 않다. 삼성증권 임춘수 상무는 "IT나 철강 업종 등의 대표주는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외국인들 중 일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내수.금융주 등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외국인들의 선호 종목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사장은 "은행 업종은 아시아권에서도 저평가돼 있어 외국인들이 흥미를 보이지만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지를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국인들이 IT주를 던질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한화증권 閔연구원은 "국내 IT분야의 이익 전망이 좋은데다 주가수익비율(PER)이 신흥시장 평균 수준인 17.8보다 훨씬 낮은 10.9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IT주를 팔아야 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외국인 선호 변화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금융.내수 부문 주식 중 소외된 주식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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