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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세계 탐구한 ‘한국의 파브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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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강원도 영월에 있는 녹전중학교 장웅익(50·사진) 교사는 ‘꿀벌 선생님’으로 불린다. 25년 동안 교사로 일하면서 방학은 물론이고 학기중 수업이 끝나기만 하면 꿀벌 연구에 매달려 왔기 때문이다. 꿀벌의 생태와 양봉 기술에 관해서는 전문가를 지도하는 수준이다.

한국과학재단은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자 40명 중 한 명으로 장 교사를 선정했다. 일생에 걸친 꿀벌 연구와 농민을 상대로 한 양봉 기술 교육의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꿀벌은 고도로 선진화된 조직 사회입니다. 나이 순으로 하는 일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세련된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인간들이 배우고 응용할 부분이 참 많습니다.”

장 교사의 ‘꿀벌 예찬’은 끝이 없다. 그가 꿀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농사를 짓던 그의 부친이 부업으로 양봉을 한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1980년 충남대학을 졸업한 뒤 강원도에서 교사로 재직하면서 꿀벌의 매력에 본격적으로 빠져 들었다고 한다. 집에서 직접 꿀벌을 키우면서 꿀벌의 생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가 학교에서 맡고 있는 과목은 공업이지만 양봉 전문가로 통한다. 양봉업계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란다.

장 교사가 개발한 수십 가지의 양봉 기술은 농가에 보급돼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꿀통의 내부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 로열제리 생산량을 33% 늘리는 기술, 여왕벌 육성시기를 여름에서 봄으로 당겨 꿀 생산량을 150% 가량 늘리는 기술, 꿀벌의 산란 촉진 기술, 프로폴리스 생산량 10배 이상 늘리기 등 그가 개발한 기술은 많은 양봉 농가에 보급돼 시행되고 있다. 자신도 90개의 벌통을 직접 치고 있다.

꿀벌 연구로 상도 많이 받았다. 매년 열리는 전국과학전람회 단골 수상자일 뿐 아니라 각종 단체에서 주는 상도 1년에 여러차례 받는다. 올해에도 교직원공제회에서 주는 한국교육대상을 받았으며 농림부장관상도 수상했다.

그가 인터넷에 설립한 ‘동강양봉연구소(www.dghoney.com)’는 농민들을 위한 양봉 백과사전이다. 장 교사가 20여 년 동안 겪은 경험과 노하우가 1200여 장의 사진과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장 교사는 “실력을 가다듬어 양봉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양봉연구소와 체험학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양봉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자연의 선물인 꿀과 꿀벌에 대한 연구는 누군가 해야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란다.

그는 방학 때면 양봉 전문가 과정 등의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서 자신의 노하우를 농민들에게 직접 전수하기도 한다. 학기 중에는 학생과 농민들을 위한 양봉 프로그램을 인터넷 등에서 운영한다. 한국과학재단은 ‘올해의 과학교사’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을 20일 연다. 상금은 1000만원씩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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