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이주비 최고 1억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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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재개발.재건축사업 시공업체가 조합원들에게 빌려주는 이주비 지원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구당 1억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이주비가 가장 높게 지급된 곳은 침수지역 재건축사업에 따라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지구의 혼합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시송파구 P지구로 시공사인 H건설은 단독주택 소유자(세입자 포함)에게 무이자조건으로만 9천만원을 지급했다.이밖에 동대문구 J구역 재개발사업에 H공영이 무이자 8천만원.유이자 1천만원을,용산구동부이촌동 B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 D건설이 무이자 7천만원.유이자 2천만원등 총9천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강남구압구정동 H아파트 재건축사업등 일부지구에서 유.무이자분을 합해 8천만원까지 지급된 것이 최고였으며 이 경우에도 무이자분은 5천만원에 그쳤었다.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이주비 지원금액이 이처럼 커지는것은 택지고갈로 재개발.재건축지역 밖에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을 구할 수 없게 되자 건설업체들간에 시공권 확보를 위한수주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조합원들 또한 당장의 편익을 노려 시공력과 성실성보다는 이주비 지원금액에 따라 시공사를결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성동구 H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원래 시공계약을 맺었던 업체가 이주비를 더 많이 제시한 건설회사로 교체되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간에 내분이 일어나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이 지구의 경우 91년8월 시공사인 H건설과 공사계약을 맺을 당시 이주비 지원조건을 무이자 5백만원으로 했다가▲91년9월에 무이자 5백만원.유이자 8백만원으로 1차 조정하고▲93년4월 2차 조정에서 무이자 1천5백만원.유이자 5백만원으로 무이자분의 비율을 높였으며▲93년6월 에 이를 무이자 2천5백만원.유이자 1천5백만원으로 재차 상향조정하려다가 시공사와의 의견조정이 결렬돼 공사계약이 파기되었다.
이에따라 U건설과 D건설이 공동 시공사로 새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이주비 지원조건은 무이자 3천5백만원.유이자 1천만원으로또 상향조정됐다.재개발지역 주민들이 이처럼 이주비 규모를 늘리려고 하는 것은 당장 목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 이기도 하지만이주비 금액이 많을수록 입주권 지분거래가 잘되기 때문이다.결과적으로 건설사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이주비 부풀리기가 재개발.재건축지역의 투기성향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수백억원에 달하는 무이자 지원금액에 대한 막대한 금융이자를 떠맡게된 시공업체로선 결국 이같은 부담을 건축비로 떠넘길수밖에 없어 무작정 이주비를 늘리는 것이 주민들에게 반드시 도움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따라서 이주비 규모가 지금처럼 주민들과 건설사간의 흥정에 의해 결정되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전문기관이 실제 전세값 수준에 맞게 적정선을 산정토록 하는 제도적 보완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S건설 재개발.재건축 수주팀 朴모과장은 『업체간의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경쟁사의 눈치를 보고 이주금액을 결정하고 있다』며『적정한 이주금액 한도를 정해놓고 업체의 시공력등으로 시공사가 선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李光薰.金炫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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