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산업 자유화 파급영향과 문제점-신규.기존社 격전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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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빠르면 내년 하반기중 단행될 석유산업의 전면자유화 방침에 업계는 겉으론 담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정부가 유가연동제를 실시한 올초부터 몇 차례 예고한 터여서 별달리 새로울 게 없다는반응들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비상이 걸려 있다.내년 사업계획과 관련해 연일 열리는 업체별 대책회의는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긴장감에 싸여 있다.
정부의 자유화조치가 아니더라도 내년은 어차피 수급구조상 공급과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 연말부터 하루 20만배럴 규모인 쌍용정유의 세 번째 정제시설이 가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또 현재 건설중인 정제시설이 완공되는 97년에는 국내 원유정제능력이 올해의 1.5배인 하루2백50만배럴 규모로 늘어난다.
게다가 벙커C유 같은 중질유(重質油)를 분해해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등유등 경질유(輕質油)로 만드는 중질유 분해시설도 내년중 속속 가동될 예정이어서 경질유 판매시장에서의 일대격전을예고하고 있다.
반면 석유소비는 증가율이 내년 7.4%로 올해의 10.5%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등 이제는 상당량의 석유류제품이 새로운 소비처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경쟁과 문제점=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 가격인하경쟁이다. 제일 손쉬운 시장확보 수단이기 때문이다.또 정유사 입장에서는 가격자유화와 함께 단행될 수출.입자유화에 따라 공급시장에 새로 뛰어들 수입업자들에게 부담을 줘 가능한 한 시장참여를 막아보자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이에도 불구하고 수입업자는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특히 한진그룹이나 금호그룹 등 수송부문 대기업들과 일부 대기업 등의 참여가 확실시된다.
포철과 같이 자체소비가 많은 업체들이나 종합상사들,대규모 석유류대리점들도 수입업을 넘볼 것이고 외국의 메이저들도 이틈을 노려 합작 등을 통해 시장참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외국브랜드의 석유제품이 선보이고 일정부문의 시장잠식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휘발유.등유.경유 등의 경질유는 물론 벙커C유 등의 중질유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가격재편과 유종(油種)간.지역간 석유가격의 차등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수송비따라 가격재편 수송조건이 나쁜 낙후지역의 경우 기름값이 수송비만큼 올라갈 것이며 휘발유 등 경질유는 값이 크게내리는 반면 산업용으로 주로 쓰이는 벙커C유 값은 상대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아 산업계에 원가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또 극심한 가격변동에 따른 경제불안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관계자도 많다.
◇업체대응=정유사들은 우선 국내시장 확보경쟁에 사운(社運)을건 일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주유소나 대리점 등에주는 정유사들의 유통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또 임(賃)가공형태의 수출처 물색에도 눈을 돌리는 업체들이늘어나 석유제품 수출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무인주유소 형태의 첨단기능 주유소가 선보이는 등 유통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화에너지(舊경인에너지)는 외국의 메이저나산유국 정유사 등과의 합작가능성도 타진중이다.유공이나 쌍용정유등은 주요시장으로 부상할 중국에 합작정유공장 설립을 추진중이다. 정부도 앞으로 수출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더나아가 싱가포르가 맡고 있는 동북아지역의 석유제품 현물시장 역할을 우리가 일부 떠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 지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대만.홍콩 등의 급속 한 경제성장으로 석유소비 증가율이 세계 어느 지역보다 높은 반면 공급기지역할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공급능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鄭在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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