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티은행 파격적 서비스공세-獨금융가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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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노래하던 독일금융계에 비상이 걸렸다.
독일은행들은 수입의 13~14%를 저축해온 독일인들의 꾸준한저축열 덕분에 고객을 끌기 위한 특별한 서비스없이도 그간 순탄한 영업을 해왔다.
『과거엔 너무나 장사가 잘되었기 때문에 고객 지향적일 필요가없었다』는 한 독일 은행가의 실토처럼 몇년전까지만 해도 서비스개선을 절박하게 느끼는 독일은행은 없었다.게다가 작년까지만 해도 독일의 은행들은 은행 이용에 따른 수수료에 관한한 서로 담합을 맺고 있었기에 큰 노력없이「누이좋고 매부좋게」 높은 수익을 올릴수 있었다.뿐만 아니라 이러한 수수료는 서비스의 질과는무관하게 해마다 인상되는 양상을 보여 은행의 수익은 눈덩이처럼불어만 갔다.
이처럼 무사안일에 빠져있던 독일의 금융시장이 요즘들어 저렴한수수료와 첨단장비를 앞세운 한 미국은행의 도전에 몸살을 앓고있다. 근착 월스트리트저널紙는 독일금융계에 가격과 서비스경쟁의 시대를 몰고온 선두주자로 美시티은행을 손꼽고 있다.
시티은행은 80년대 말부터 폰 뱅킹(전화를 통한 은행거래).
비자카드 발매.자동은행거래기(ATM).24시간 서비스체제 등을도입,독일 시장공략에 적극 나섰다.특히 지난 5월 증권위탁매매업에 처녀진출한 시티은행은 기존은행보다 파격적으 로 저렴한 수수료로 가격경쟁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독일금융계에 수수료 인하의무한경쟁시대를 열었다.슈피겔誌 최근호에 따르면 현재 작년보다 수수료가 최고 75%까지 저렴해진 독일은행의 증권위탁매매 서비스는 이같은 가격경쟁 인하에 힘입어 몇달사이 고객이 1만여명이나 새로 늘어났고 이들이 맡긴 신규예탁금은 4억5천만 마르크(2억8천8백80만달러)에 달하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시티은행은 獨연방철도와 제휴,금융업에서 또 다른 성과를거두었다.승차권구입시 50%의 할인 혜택을 제공,인기를 끌고있는 회원수 3백만의 철도카드와 자사의 비자카드를 제휴시켜 가입자수 9백만 규모의 獨신용카드업계에 유리한 발판 을 마련한 것. 그러나 시티은행측이 뛰어 넘어야할 독일의 장애도 만만치는 않았다.24시간 폰 뱅킹은 일요일에 일하는 것을 제한하는 독일국내법 때문에 일주일에 6일만 가능했다.또 디지털로 완전 교체되지 않은 독일의 전화방식은 홈 뱅킹 등 전화를 이 용한 신종금융서비스 제공을 가로막았다.
이같은 장벽에도 불구,시티은행은 9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새신규계좌 수가 12%나 늘어 3백70만 계좌에 달했고 더욱이 올해는 獨마케팅업계로부터 서비스와 친절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은행이란 평가까지 받았다.
시티은행의 맹공에 위기감을 느낀 독일금융계는「울며 겨자먹기」로 도이치은행.코메르츠 은행 등을 중심으로 폰 뱅킹 도입 등 고객지향적인 전략을 세우며 자구책 마련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문제는 첨단장비 도입에 따른 과도한 추가비용과 때늦은 사무자동화로 이미 필요 이상 늘어난 인력이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柳權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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