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절충 활발-與野 정면충돌은 손해 공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민자당의 밀어붙이기와 야당의 실력저지로 마감될 것으로 보이던 정기국회에 파행을 막기 위한 타협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민주당이 정부조직법의 깊이있는 논의를위해 정기국회가 끝난뒤 곧바로 임시국회를 열자는 제안을 한데 대해 민자당이 여러모로 따지고 있어 절충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민자당은 별도 임시국회를 열자는 야당의 제안을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했다.13일 김종필(金鍾泌)대표주재의 고위당직자회의에서는 정기국회회기내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정부조직법을 마무리하겠다는 강경자세를 일단 거둬들인 것이다.
이렇게 된데는 지난번 예산안에 이어 다시 한번의 변칙 단독통과가 부담이 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민자당은 모처럼 여론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의 국민적 합의 대목이 퇴색할 우려가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더구나 예산안 통과때와 달리야당의 저지자세가 단단할 것으로 보여 소란과 몸싸움을 피하기가쉽지 않다.여기에는 정부조직개편의 다음단계인 국회의 총리인준 절차를 모양새있게 끌어가기 위한 필요성이 겹쳐있다.국회의 물리적 충돌이 없다면 총리인준을 며칠 늦출수 있다는 점은 청와대쪽과 양해가 된 상태다.
이한동(李漢東.연천-포천)총무는 야당이 정부조직법을 표결 처리해주겠다는 「확약」을 해주면 임시국회를 열수 있다는 유연함을보이면서 야당의 진의 파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은 민주당의 당내 사정으로 보아 그런 확약을 얻을수 있을지,또 약속의 신뢰도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익명을 부탁한 한 당직자는『민주당이 신기하(辛基夏.광주동)총무의 약속,최고위원들의 주문,이기택(李基澤)대표의 언질이 각각차이가 나「확약」이라고 해도 믿기 힘들다』고 했다.그는『임시국회를 따로 열어줘도 민주당의 복잡한 사정으로 결 국 우리당만으로 변칙통과를 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것 같다』고 단정했다.
○…민주당은 연말 임시국회 소집을 먼저 제의해놓고 이제는 민자당이 대답할 차례라는 입장이다.그러면서 민주당은 낙관적 전망을 흘리고 있다.
박지원(朴智元.전국구)대변인은 13일『정부조직법개정안이 여야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고 논평했다.辛총무도 이날오전 국회총무실에서『극적인 타결가능성이 있다.민자당이 이것마저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정 부조직개편안을 실력저지하겠다던 종전 자세와 달라진 태도다.
민주당은 정부조직개편의 필요성이나 방향에도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朴대변인은 13일『우리는 정부조직이 개편돼야 한다는데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런 변화는 국회 상임위처리과정에서 지연에만 급급하다는 여론의 지적이 부담이 된듯하다.
그러나 민주당의 자세변화를 곧바로 낙관적인 정국전망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성급할 것 같다.朴대변인은『우리 안이 어느정도 수용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고 있다.당내 정부조직개편대책위(위원장 趙世衡)는 한국은행 독립과 내무부 축소.공보처 폐지등을 규정한 자체안을 내놓고 있다.민자당이 덥석 받기엔 어려움이 있는내용이다.
또 지난 2일 변칙처리된 지자제법 개정안과 관변단체지원법.자원봉사자법등의 환원이나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특히 지자제법 환원문제는 정부조직개편안의 처리와 연계시킬 태세다.이는 정부여당이 정부조직개편안의 처리에 매달리고 있는 점을 십 분활용해 소기의 성과를 얻어내자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李相逸.朴承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