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바다 메운 오사카만 가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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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쓰레기를 바다에 매립하자는 구상이 30년 동안 실천에 옮겨지면서 거대한 항만 인프라를 갖추게 된 오사카만(고베~오사카)의 쓰레기 매립장 주변. [사진=김동호 특파원]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 앞바다가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밭이 바다로 변한다는 말로, 깜짝 놀랄 정도로의 큰 변화를 뜻함)'를 이루고 있다. 최근 오사카만 매립 현장을 순찰선을 타고 돌아봤더니 서울의 난지도를 연상케 하는 나지막한 땅덩이가 바다 한복판에 줄지어 떠 있었다. 각각 축구장 100개 이상이 거뜬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매립지들이다. 30년 전 쓰레기 처리 목적으로 시작했던 바다 매립이 이젠 지도까지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를 이용한 바다 매립이라는 아이디어가 환경 문제 해결뿐 아니라 항만 정비와 토지 활용을 아우른 '1석 3조'의 효과를 내고 있는 현장이다.

첫 발상은 쓰레기와의 전쟁에서 시작됐다. 오사카 만을 둘러싸고 있는 간사이(關西) 지역은 30년 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생활.산업 쓰레기 처리 대책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 지역 175개 도시는 고심 끝에 1977년 쓰레기를 바다에 매립하자는 아이디어를 채택해 즉시 실행에 옮겼다.

지자체들은 우선 쓰레기를 불사조(피닉스)처럼 재생한다는 의미에서 '오사카만 피닉스 센터'라는 추진기구를 만들었다. 이 센터는 쓰레기 처분과 함께 매립으로 생길 새로운 땅을 활용해 항만과 물류센터는 물론이고 농토와 공장.빌딩.공원.레저단지로 활용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그 후 현재까지 오사카 만에는 3개의 매립장이 완성됐다. 매립이 처음 완료된 아마가사키(尼崎) 매립장은 면적이 축구장 100개에 해당하는 113ha에 이르렀다. 이곳에선 그동안 일반 폐기물과 산업.재해 폐기물을 포함해 5000㎥가 넘는 쓰레기가 처분됐다.

육지였다면 서울의 난지도만 한 인공 구릉을 여러 개 만들고도 남을 분량이다. 규모가 가장 큰 이즈미오쓰(泉大津) 매립장은 면적이 아마가사키의 두 배에 가까운 203ha나 된다. 최근엔 4번째인 오사카 매립장이 설치 공사를 끝내고 내년부터 쓰레기를 매립하게 된다.

가고세 마사노부 피닉스센터 담당관은 "폐기물은 우선 간사이 지역 9개의 처분 기지에서 소각된 뒤 매립지로 운반돼 정화장치를 통해 재차 세척된 다음에야 매립되므로 바다 오염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매립지 쓰레기 위에는 바다에서 준설한 모래와 육상에서 가져온 흙을 덮는다.

이 매립지를 이용한 항만 인프라 구축도 본격화해 곳곳에 대형 기업의 물류센터와 연구개발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오사카 만이 매립 사업으로 크게 정비되면서 맞붙어 있는 오사카항과 고베항은 이달부터 공식적으로 통합됐다. 오사카 만의 동쪽으로는 간사이 국제공항이 올 8월 활주로 2개 체제로 확장됨에 따라 항공과 항만의 연계 효과도 높아졌다. 오사카 만의 서쪽으로는 고베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해 온 고베공항이 지난해 문을 열면서 오사카 만은 항만과 항공을 고루 갖춘 일본 간사이 지역 최고의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게 됐다.

오사카.고베=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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