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주말도보모임.

중앙일보

입력

취업포털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지난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국내 직장인 1567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소득공제 환급금액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벌였다. 4명 중 1명이 돌려받은 세금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답했다. 왜, ‘가겠다’ 가 아닌 ‘가고 싶다’일까? 아마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이건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대단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이 모인다면 한결 더 수월할 터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이들이 있다. ‘직장인을 위한 주말에 떠나는 도보여행’ 동호회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 워크홀릭은 동호회의 운영자 양소연 씨(29)를 인터뷰 했다.

WH 간단히 동호회 소개를 부탁합니다.
양소연(이하 양) 의도한 것은 아닌데 지금은 20대와 30대 회원들이 많아요. 동세대들이 모여 있다보니 공감대가 꽤 잘 형성된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직장인들의 동호회지만 구직활동을 하는 ‘백수’ ‘백조’ 친구들도 있고, 공부를 다시 시작한 사람들도 있어요. 잡생각 없이 좋은 공기 마시며 여행하고 걷는 동안만큼은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려는 이들이 모여 있어요. 동호회가 만들어진 지는 오래 되지 않았어요. 지난 2006년 여름에 개설됐거든요. 배낭여행 마니아 이경민 씨가 총대를 멨죠. 자신이 워낙 배낭여행을 좋아하니 함께 다닐 친구가 필요했던 거예요. 처음에는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거죠. 일이 너무 커져 버렸어요.(웃음) 그래서 제가 함께 나서서 일을 돕고 운영자를 맡게 된 거고요.

WH 직장인들이라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회원들의 참여와 활동은 활발한 편인가요?
굳이 정기적인 모임을 정해두지 않아도 회원들끼리 수시로 온라인 쪽지를 주고받으면서 가까운 공원에 모여서 함께 걷기도 하죠. 많이 모이면 많이 모인대로, 적게 모이면 적게 모인대로 나름대로 재미가 있어요. 사실 저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아주 자주 걷습니다. 멀리 나갈 시간이 없으면 동네라도 한 바퀴 도는 편이에요. 그래서 ‘나 홀로 도보여행’을 추진해봤는데, 이게 좀 재미가 없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여럿이서 함께 걷기 여행에 나서니까 전혀 지루하지도 않고 너무 즐거웠어요. 뭐든 처음에야 다 어색하고 쭈뼛쭈뼛하지만 금세 친해져요. 한번이라도 나온 분들은 꾸준히 활동하는 편이에요. 가능하면 주말에는 거의 나가는 편이구요. 1박2일 정기도보는 한두 달에 한 번씩, 반나절 도보는 수시로 회원들끼리 연락하면서 진행해요.
처음에는 회원들 사이에 어느 정도 강박이 있었어요. 도보여행 모임이니까 최소한 일정 거리 이상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작년에는 강화도에 함께 갔는데 땡볕아래 강행군하느라 고생깨나 했죠. 기억에 남지만 사실 조금 미련하게 걸었거든요.(웃음) 지금은 오래 걸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회원들이 서로 어울려서 자연 속에서 얘기도 나누거나 자신만의 사색의 시간을 갖거나 사진을 찍거나 하는 식으로 좀 더 ‘프리’해졌죠. 가장 중요한 건 심신을 여유롭게 풀어주는 거니까요. 개인적으로도 머릿속도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그런데 오히려 활동 전보다 살이 더 쪘어요. 회원들이 먹성이 워낙에 좋아서요. (웃음)

WH 여행지 선정은 어떻게 하나요?
회원들끼리 얘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화제에 오르는 여행지들이 있게 마련이죠.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여행지를 제안하기도 하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여행하기 좋고 걷기 좋은 곳을 조사하기도 하죠.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닐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해요. 그게 경비 절감 차원에서도 좋고요. 짧은 기간이지만 그 동안 노하우가 많이 쌓였어요.

WH 동호회 내에서 준비 중인 특별한 계획은 없나요?
직장 생활 하면서 큰 계획을 잡는 건 다소 무리인 것 같아요. 형편 닿는 대로 울릉도와 제주도에 다녀올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그게 가장 큰 구상이죠. 사실 어떤 특별한 계획보다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함께 걷고 맑은 공기 마시는 걸 더 선호합니다.

WH 여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다른 직장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행할 시간을 따로 내는 건 어려운 일이긴 하죠. 하지만 여행은 자신을 위한 투자고 배려죠. 인생이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여행길을 나서는 일이 머리 무겁다면 당장 가벼운 산책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가까운 공원과 산책로에서 한참 걷고 뒤에는 밥맛도 얼마나 좋다고요.(웃음)

tip: 여행 동호회를 소개합니다. 클릭하세요!

- http://club.cyworld.com/WalkingT
직장인을 위한 주말에 떠나는 도보여행. 회원 대다수가 선남선녀 청년층이다.

- http://cafe.daum.net/lovetour 여행을 사랑하는 ‘직딩’을 위하여.
청장년층이 두루 어울리는 분위기다.

- http://cafe.naver.com/travelbag 여행꾸러미.
맛집 투어와 문화체험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 http://cafe.naver.com/kjendolpin
광주직장인들을 위한 문화예술의 친목동호회. 봉사활동이 돋보인다.

- http://cafe.naver.com/enjoyseason 30대 직장인들의 여행모임.
소수의 회원들이 각종 도보 코스와 레저 여행을 즐기는 곳이다.

- http://cafe.naver.com/sanworo 직장인과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는 산악회.

- http://www.kagopa.com 테마여행 위주의 여행정보가 가득하다.

객원기자 설은영 skrn77@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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