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곰 개포동 땅 잇단 流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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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광화문 곰」으로 불리우며 80년대 증권계를 주물렀던 고성일(高盛逸.71)씨 소유의 강남구개포동산53의22 임야 24만6천여평이 지난 6일 실시된 법원 1차 경매에서 유찰,이 땅의 소유권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감정가격이 2백 11억9천만원인 이 땅은 이날 서울민사지법 1차 경매에서 1백69억5천만원의 최저 경매가에도 응찰자가 없어 유찰된 것이다.
구룡산에서 대모산에 이르기까지 병풍처럼 걸쳐 있어 개포동 주민들의 등산코스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땅이 경매에 들어가게된 것은 高씨의 장남과 차남이 90년9월 이 땅을 담보로 용산관광터미널로부터 20억여원의 사업자금을 빌려쓰고 92년10월 부도를 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지난 92년10월 용산관광버스터미널측에 의해 첫 강제경매신청이 제기돼 93년1월부터 감정가 1백75억원으로 경매가 실시됐으나 8차경매에 이르기까지 응찰자가 없어 매번 유찰,29억원까지 하락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그 당시 직접 응찰자로 참여하면서까지 땅을 지키려고 애를 썼던 高씨측은 채권자측과합의,작년11월 경매취하를 받아냈지만 채권자측과의 채무이행약속을 지키지 못해 다시 강제경매를 당하게 된 것이다.현재 이 땅은 용산관광버스터미널에 45억원,한 국보증보험에 70억원의 저당이 설정돼 있으나 문제가 된 용산관광버스터미널에 대한 잔여채무액은 약10억여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한때 수백억원의 자금을 주물렀던 증권가 큰손의 몰락을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이 땅은 지난88년 중앙대이사장인 김희수(金熙秀)씨가 대규모메디컬 캠퍼스를 건설하고자 2백5억원에 매입키로 하고 高씨에게50억원을 지불했던 곳이기도 하다.그러나 공원용지로 지정돼 있어 병원부지 용도로는 토지거래허가가 나지 않자 계약무효에 따른50억원의 약정금 반환을 둘러싸고 高씨와 1년이 넘게 법정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또 수서(水西)사건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인 지난 91년2월 말에는 高씨가 이 사건의 당사자였던 한보철강의 시세를 조작한 혐의로 증권감독원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는데 공교롭게도 문제의 땅과 바로 인접한 개포동127,567번지 일대에 한보철강의 사주인 정태수(鄭泰守) 당시회장소유 토지 9천여평이 있는것으로 밝혀져 그 상관관계를 둘러싸고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한보측은 이 일대 자연녹지 5만여평을 모두 매입해 대규모 조합주택단지를 건립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져 한보측 계획의 성사여부에 따라 高씨 소유 땅의 가치도 크게 달라지게 돼 있었다. 부동산가에서는 이 땅이 지난해 경매에서도 29억원선까지 떨어진 경력이 있는데다 전체의 90%가 공원용지로 지정돼 있고그중 80%는 개발이 불가능한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이번 경매에서도 임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李光薰.金炫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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