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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근해 78개 외딴섬도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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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원봉사자들의 접근이 어려운 보령시 일대 섬 지역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기름 제거를 하지 못해 주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보령 원산도.삽시도 등에는 14일부터 조류의 흐름을 타고 타르 덩어리가 몰려들고 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데다 장비도 부족,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섬 주민 전원이 동원돼 기름띠와 타르 덩어리를 걷어내는 데 안간힘을 쏟았지만 역부족이다. 이들 지역은 배를 타고 가지 않으면 닿을 수 없어 자원봉사자들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원산도 주민 박구규(48)씨는 "방제장비도 없고 수거된 기름을 보관할 통이나 장소도 부족해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 방제대책본부는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 11일째인 17일 '타르 덩어리'가 전북 군산시 옥도면 십이동파.말도 일대까지 퍼진 것으로 확인했다. 기름 유출 사고지점에서 130여㎞ 떨어진 곳이다.

해경은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으로의 유입을 막기 위해 16일 540m 길이의 오일펜스를 설치한 데 이어 17일에도 440m를 추가로 설치해 집중 방제작업을 벌였다. 또 해경은 군산 앞바다 연도 지역에 지름 1m 안팎 크기의 '타르 덩어리' 수백 개가 떠다니는 것을 확인하고 이날 어선 50척과 공무원.주민 400여 명을 동원해 수거작업을 벌였다.

해양경찰청 윤혁수 경비구난국장은 "해안의 기름은 70%가량 제거됐고, 해상에서도 기름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어 앞으로 1~2일이 고비"라고 말했다.

◆"섬에도 사람 좀 보내주세요"=17일 오전 11시 충남 보령시 오천면 장고도 해안. 장고도는 보령 대청항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야 하는 섬이다. 마을 주민 100여 명이 해안으로 밀려온 타르 덩어리를 삽.쓰레받기.양동이를 이용해 제거했다. 마을의 유일한 이동수단인 경운기도 모두 동원됐다.

장고도에 타르 덩어리가 처음 밀려온 것은 14일 오후다. 주민들은 난생 처음 접하는 타르 덩어리를 보고 발만 동동 구르다 이장의 긴급한 안내방송을 듣고 해안에 나와 방제작업을 했다.

그러나 섬 주민들만의 힘으로 한꺼번에 밀려온 타르 덩어리를 제거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주민들은 전날 오전.오후 두 차례 해안에서 타르 덩어리를 수거했지만 바위와 암반에 묻은 기름과 타르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사람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일부 지역에서만 방제 활동이 이루어졌다.

보령 대천항에서 배로 한 시간 거리인 외연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이 수거한 기름 덩어리를 모아 둘 통도 없었다. 방제복은 구경도 못했다. 외연도에서 만난 편삼범(48)씨는 "기름 덩어리가 섬 해변으로 밀려드는데도 인력.장비 지원이 없다"고 말했다.

◆섬 인근 양식장 황폐화=방제작업 지연으로 원산도.장고도.고대도.삽시도.녹도.호도 등 보령 지역 78개 유.무인도의 해삼.전복.바지락 양식장이 하루가 다르게 황폐화하고 있다. 그나마 주민이 사는 13개 섬은 긴급 방제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65개 무인도는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아 피해가 크다. 무인도에도 어민들의 생계 터전인 전복.해삼 양식장이 있다.

사고 이후 보령 지역 섬에 투입된 지원 인력은 500여 명에 불과하다. 보령시는 이날 오전 어선.유람선을 동원해 300여 명의 인력을 원산도.삽시도.장고도 등 5개 섬에 보내 방제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섬 지역의 특성상 대규모 인력 투입이 어려워 2차 오염마저 우려된다.

원산도의 한 주민은 "당국과 자원봉사단체들이 헌신적으로 방제작업을 하느라 정신 없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외딴 섬에는 지원의 손길이 부족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외딴 섬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보령시 관계자는 "섬 지역은 접근이 어려운 데다 높은 파도가 치면 배를 띄우기도 어려워 자원봉사자를 투입하기 힘들다"며 "공무원과 군.경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섬 지역에 대한 방제작업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군산=서형식.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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