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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 이명박 "몽땅 발가벗겨져 조사받긴 내가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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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17일 경기도 수원시 지동시장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수관 당 중앙위원회 상임고문. [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17일 'BBK 동영상'에 대해 정공법을 택했다. 전날과 달리 동영상의 문제 부분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을 공격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YTN을 통해 방영된 선거방송연설에서 "동영상에 나온 내용은 당시 신금융사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정확한 표현이 있었던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BBK가 김경준씨가 설립한 것임을 명확히 했고 이 부분은 검찰도 이미 수사했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영상을 공개한 신당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그는 "오로지 정략에 눈이 어두워 폭력을 써서라도 상대 후보를 흠집 내려는 집요한 모습에 참 씁쓸했다. 공갈범이 부당한 금품거래를 요구하는 데 신고는커녕 돈을 주겠다고 회유하는 작태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거래설'을 적극 부각시킨 것이다.

이 후보는 특검 수용의 결단도 내세웠다. 그는 "음해와 공작, 물리적 충돌로 얼룩진 여의도 정치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특검을 수용했다"며 "지난여름 제가 일본인이라는 거짓말을 바로잡기 위해 (검찰에) DNA 세포를 떼어내 주던 그 심정으로 정략적 특검인 줄 알면서도 받아들였다"고 심정을 소개했다. 이 후보는 이날 KBS와 MBC를 통해 방영된 방송연설에서도 '지록위마(指鹿爲馬)'란 고사성어를 인용, "특검이 아니라 무엇을 하더라도 (BBK 사건에 대한 수사의) 결과는 같을 것이다. 사슴을 말이라 우길 수는 없다"는 말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호남과 수도권 지역을 돌았다. 막판 고비를 맞아 자신의 지지 기반인 수도권 지역을 굳히고, 표심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호남 지역에선 표 단속을 한 것이다.

특히 낮 12시30분쯤 전북 익산문화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호남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마지막 선거 방문 지역을 호남으로 택했다"고 의미를 부여한 뒤 "호남엔 경제를 살릴 대통령이 필요하다. 누가 호남을 위해 일할 수 있는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생각할 때가 됐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새만금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조성하는 내용 등을 담은 '호남 성공시대를 위한 전북 광역경제권 발전 구상'을 발표했다.

이어 KTX편으로 오후 4시40분쯤 수원 영동시장에 도착한 이 후보는 나흘 만에 거리 유세를 재개했다. 검정 코트에 파란 목도리 차림의 이 후보는 단상에 올라 3500여 명의 청중을 향해 손으로 V자를 그려 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동영상과 BBK 특검법을 언급하며 신당을 거세게 비판했다.

다소 상기된 표정의 이 후보는 "대한민국 정치인으로 몽땅 발가벗겨져 조사받은 사람은 처음일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BBK 주가조작인가 뭔가 얘기하는데 그 무렵은 제가 서울시장 출마하기 전인데 시장에 출마할 사람이 주가나 조작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8년 전 한 대학 강의에서 사이버 금융에 대해 홍보하며 이야기한 것을 가지고 (신당이) 트집을 잡고 있다"며 "그 강의를 녹화한 사람이 우리 당에 30억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가 구속됐는데, 나를 공격한 대선 후보의 변호사들이 그 사람을 변호하고 있다"고 정치권 연계설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개입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방해하려고 청와대까지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유세 말미에 "마지막 정치 음모 속에서 저를 지켜주실 수 있는 분은 오직 여러분들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수원 유세엔 정몽준 의원과 탤런트 유인촌씨 등이 이 후보와 자리를 함께했다.

정 의원은 지원 유세자로 나서 "이 후보가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는데 왜 그랬겠느냐. 이 후보는 진실 앞에 당당하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에서 유세를 벌인다. 아침 일찍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촌.신림동 등에서 시내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글=신용호.이종찬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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