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라이트著 "도덕적 동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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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간의 도덕성은 유전자에 뿌리를 두고있다. 사람들의 차원높은사고나 감정도따져보면 결국 환경에 적응해서 후손을 남기려는 생물학적 의지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도덕은 오래 살아남아 더많은 아이를 가지려는 유전자적 기질이 진화되면서 다듬어진 것에불과하다.
도덕.선악.우정.위선.관대함.이기심 등 인간 이성과 감성의 모든 측면을 찰스 다윈의 진화론적 시각에서 재조명한 『도덕적 동물』(원제 The Moral Animal:Evolutionary Psychology and Everyday Life.Pantheon Books.4백67쪽.27.50달러)이 올 한해 미국 출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한쪽에서는 이책의 도전적이고새로운 견해를 높이 평가하는가 하면 다른쪽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억측이라는 비판이 쏟아 지고 있다.
논쟁을 불러 일으킨 주인공은 현재 미국 『뉴 리퍼블릭』 편집인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Robert Wright).그는 인간 심성 이해에 다윈의 「자연도태」원리를 원용한다.다른 신체기관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도 자연도태에 의해 진화되는 하나의 도구로 파악한다.이른바 진화심리학 연구방식을 대변하고 있다.진화심리학은 생물학.인류학.심리학.정신의학의 연구성과를 결합해 남녀는 성적으로 평등하다는 사회과학이론을부정하는 새로운 학문.「적자생존(適 者生存)」식의 다윈 이론을바탕에 깔고 있다.그에 따르면 선(善)과 같은 지고한 가치는 영원히 변하지 않으며 또 인간에게 본래부터 내재됐다는 관념은 착각이다.
부모의 사랑을 예로 들어보자.사람들은 모성애등을 별다른 의심없이 받아들인다.그러나 저자는 모성애도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유전자는 무엇보다도 자기와 가장 닮은 것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상식 과는 달리 부모의 사랑도 계측(計測)이 가능하다.비록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다투지만 부모들은 유전적으로 자식들의 후손번식능력 정도에 비례해서 자녀들에게 관심을 쏟는다는 것이다.
라이트는 또한 이성간의 구애나 사랑도 낭만적으로 보지 않는다.사람들은 흔히 남녀가 동일한 원칙에 따라 사랑을 나누면서 첫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무언가 달콤한 것을 기대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원칙에 의해 경쟁하는 존재들이다.남자는 젊음을 대표하는 다산성,혹은 수줍음이 상징하는 정절(貞節)등에 높은 가치를 두는 반면 여성들은 남자들의 사회지위,여성에 대해 헌신적으로 일생을 책임지고 부양하는 능력을 우선 꼽는다.결과적으로 남녀 사이에는 혼돈스런 「결혼시장」이 생기게 되며 여기에서 서로간에 유리한 상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
그는 이같이 다소 혼돈된 인간사회의 질서를 바로 잡는 대안으로 「공리주의」를 제시한다.사회구성원을 결속하는 최소한의 기초단위로서 「최다수의 최대행복」을 보장하는 제도가 유일한 돌파구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여성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공격을 받고 있다.특히 여성들이 남성의 가족부양 능력을 선택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을 집중 공격한다.또 많은 역사.사회.
윤리학자들도 인간의 가치를 단순히 생물학적 차원으 로 끌어내린그의 논지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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