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1년] 1. 대통령 이렇게 바뀌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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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참여정부의 국정수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모든 분야가 낙제점이다. 출범 때 국민이 큰 기대감을 갖다 보니 실망감 또한 커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일관되고 선명한 정책추진을 기대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국정수행은 우왕좌왕하고 불투명했다. 준비.능력.철학의 부족이다.

지금 우리는 근세 이후 1백여년 역사에서 가장 부강한 시대를 살고 있다. 동시에 국내외적으로 여러가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경쟁력도 강화하고 삶의 질도 높여야 한다. 정치개혁도 긴요하고 경제회복도 화급하다. 한.미공조도 필요하고 남북협력도 멈출 수 없다. 농업도 보호하고 자유무역협정(FTA)도 계속 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숙제를 풀어내고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통합할 효율과 화합의 리더십이 미흡하다.

참여정부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국가통치 능력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와 개혁이란 이름으로 과거를 부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미래를 어떤 내용으로 채우고 어떻게 만들어 갈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게 중요하다. 때로 약자행세를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에서 국가 전체의 운명을 떠맡겠다는 대통령다운 책임감과 자신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통치의 정당성을 기존체제의 기득권 세력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확보하겠다는 네거티브 전략은 국민통합의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야 한다.

6개 분야 정책평가 점수가 모두 낮은 것은 불안정한 것처럼 보이는 盧대통령의 리더십과 관련이 있다.

이런 리더십으론 '구시대와 새시대를 연결하는 다리'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없다. 구시대를 파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새시대의 맏형'다운 신체제를 건설하긴 어렵다. 미래지향적 발전의 구체적 비전과 실천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포퓰리즘으로 경제에 성공한 나라가 없다는 것은 역사의 엄연한 교훈이다. 특정 시민세력을 앞세워 대중의 정서를 자극하는 '바람의 정치'는 제도적인 정당정치를 왜곡하고, 잠재적인 에너지가 엄청난 시민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지난 1년간 악화된 이념.세대.계층간 균열은 부분적으로 포퓰리즘 정치의 부산물이다. 총선 이후 의회주의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盧대통령에게 요구된다. 의회주의 회복엔 물론 야당의 책임감과 협조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위대함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일궈내는 데 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국민의 다수가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盧대통령은 이를 '꾀'가 아닌 '꿈'으로 화답할 때다. 전체가 아니면 전무(全無)식의 '올인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통치 능력은 지도력과 국민지지의 조화를 통해 바로 선다. 지난 1년의 실정(失政)은 보약이다. 앞으로 4년 남았다.

盧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자기쇄신을 통해 민생안정과 국민통합에 경주해 주길 바란다.

임현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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