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로가는행정혁명>5.선진국도 군살빼기로 거듭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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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화의 흐름 속에 국제정치.경제환경이 급속히 변하면서 선진국들도 대대적인 행정개혁을 진행중이거나 이미 상당한 變身을 끝내놓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정체계가 관료위주였다면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민간의 효율과 창의를 북돋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일본.프랑스의 행정제도와 서비스를 알아본다.
[편집자註] 지난달 23일 오후 도쿄(東京)의 히비야(日比谷)공원을 마주 보고 있는 포린 프레스센터에서 올해판 「원자력 백서」의 내용이 각료회의 의결전 외국인특파원들에게 발표됐다.
2시간30분에 걸쳐 브리핑을 끝낸 이즈미 신이치로(泉神一郎)과기청 원자력조사실장은『혹시 더욱 필요한 정보나 의문이 있으면인터네트를 통해 연락하시면 즉시 응답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당황한 것은 특파원측이었다.
가스미가세키(중앙관청이 있는 지역)까지 인터네트가 들어왔다는얘기는 금시초문이었기 때문.
그러나 일본의 행정서비스는 이미 세계수준에 올라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공개하는 보고서들을 1주일 단위로 회원에게 목록을 보내고 회원이 원하는 것을 체크해 다시 알려주면 즉시 해당 보고서를 보내주는 경제정책 정보서비스센터까지 정부지원으로설립됐다.
차기 도쿄都지사 감으로 강력히 떠오르고 있는 이즈모(出雲)市의 이와쿠니 데슨도(岩國哲人)시장은『행정은 서비스산업』이라 말한다. 그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행정이 쉬는 것은 서비스정신에 위배된다 해서 휴일에도 주민등록등 서류를 뗄 수 있도록 백화점에 서비스장소를 만들어 놓았다.
시코쿠(四國)지방의 고치(高知)縣은 독자적인 행정개혁 실시계획을 만들어 내년 4월 지역진흥국을 기획부에 편입하는등 11개국을 9개로 통합하고 1백명이상 나가있는 지방사무소를 일부 폐지하기로 했다.인력재배치도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지방자치시대라고 하지만 일본은 더 나아가 지방분권시대라고 한다.
지방도 스스로 몸을 가볍게 해 효율적인 조직.기구를 만들지 않으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23區27市6町8村,8백만세대,2천만명으로 이뤄진 도쿄都엔모든 정보와 서비스가 집중돼 있는게 사실이다.
이것이 지방으로 골고루 확산되지 않는한 일본은 더 이상 클 수 없다.』 행정개혁.행정서비스쇄신.규제완화등은 한몸이라는 인식과 함께 도쿄都 대개혁론이 비등하고 있는 시점에서 日총리실 산하 행정개혁추진본부의 지방분권부회가 최근 지적한 내용이다.
일본의 행정개혁은 대민(對民) 서비스 향상과 적자생존이라는 두가지 명제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행정기관의 눈물겨운 과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같다.
[東京=郭在源특파원] 美정부가 「작지만 능률적인 정부」를 만든다는 기치로 지난해 9월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인력감축안의 골자는 크게 세가지다.
가장 핵심적 사항은 정부조직 규모에 대한 감량으로 기구 통폐합과 인원 감축.
농무부.주택도시개발부등 인력 낭비로 판단되는 정부조직 전체를대상으로한 감축을 실시,5년내에 연방공무원의 12%에 이르는 25만2천명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인데,이같은 「군살빼기」로 연간 1천8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美정 부는 추산하고있다. 이미 6일 농무부 현장사무소 1천2백74개소를 폐쇄,직원 1만2천명을 감원한데 이어 도시개발부의 지방사무소를 폐쇄,총 1천5백명을 줄였다.
이밖에 육군.국제개발처(AID).국세청(IRS)과 각 정보기관 등 거의 모든 연방 정부기관이 해당되고 있다.
다음으로 정부의 능률성 제고다.
이를 위해▲규제를 현수준의 절반으로 줄이고▲공무원 인사제도의단순화및 인사권 하부 위임으로 불필요한 관리층을 대폭 줄이며▲예산제도및 구매제도등을 혁신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또 중앙정보국(CIA).국가안보처(NSA).국가정찰국등 정보기관들을 통괄할 대외정보 자문위원회를 둔다든가 환경전담부서에 환경에 관한 모든 권한을 일원화시키는등 정부 각 기관간의 중첩된 행정기능을 교통정리하는 것도 이 영역에 속한다 .
그러나 이번 개혁의 가장 역점사항은 「소비자 지상주의」 개념도입이다.
▲정부 기관내 업적 평가▲예산및 경비내용에 대한 기업차원의 회계감사▲부처 기관별로 국민을 최우선 하는 민원서비스 확대방안마련▲컴퓨터등 공무원들의 직능교육 강화▲정부 부처 운영에 있어「질적 경영」개념 도입등을 제시,기업적 경쟁을 통한 대민(對民)서비스의 질 향상이 요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교통부의 항공통제 부분으로 민간기업 성격의 기구를 구성.운영함으로써 비능률을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주택도시개발부도 행정규제와 감독을 대폭 줄여나가는 대신 양질의 주택 공급 극대화라는 서비스 개념을 정책목표에 도입하고 있다. 또 「피드백」 원리를 적극 활용,국민의 반응과 평가가 정부내에 신속히 전달돼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프랑스 정부조직은 격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맞춰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부처의 통폐합이 수시로 이뤄져왔다. 7년마다 치르는 대통령선거로 국가수반이 바뀌거나 총선거로 좌-우파의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는 물론이고 임명직 총리가 새로 취임 해도 정부조직은 매번 대대적 개편을 거듭했다.
정부운영에 탄력성을 부여하기 위해 정부조직은 대통령령으로 비교적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처와 장관 숫자도 대통령 또는 총리의 정책방향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기도 하며 새로 탄생하는 부처가 있는가하면 갑자기 사라지는 부처도 있다.
81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취임한 후 지난해 3월 조각된 에두아르 발라뒤르 現총리까지 7명의 총리가 바뀌는 동안 정부조직은 큰 폭으로 물갈이가 이뤄졌다.
88년부터 3년간 재직한 미셸 로카르 前프랑스총리(88~91년)는 가장 많은 48명의 장관을 거느린 반면 발라뒤르 총리는가장 적은 29명의 장관으로 대폭 축소,불필요한 군살을 빼버렸다. 발라뒤르 총리는 우리의 정무장관에 해당하는 정무차관 10여직을 모두 폐지하는 한편 재무부는 경제부와 예산부에 편입시키는등 업무 중복에 따른 낭비를 제거하고 부처간 업무의 효율성을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총리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도 부총리급.일반.차관급등으로 분류,새로운 시대에 업무가 가중되는 부서에는 더 비중을두는등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가능토록 한 것도 프랑스 정부조직의 한 특징이다.
또 사회.보건및 도시문제를 묶어 시몬 베유,내무와 국토관리는샤를 파스콰,법무는 피에르 메느리,국방은 프랑수아 레오타르등 4명에게 부총리급 장관직을 위임하고 있다.
잦은 조직개편.인사이동에도 불구,프랑스 공무원들은 차관보급부터 공무원으로서 신분이 철저히 보장돼 인사불만은 적은 편이다.
프랑스의 탄력적 정부조직 운영은「행정은 시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나폴레옹 시대 이후의 행정원칙이 작용하고 있는 결과다.
시대흐름에 따라 변하는 시민의 요구에 가장 적절히 부응할 수있도록 제도.조직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행정도 서비스라는 기본인식이 수시로 이뤄지는 정부조직개편의 배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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