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환경갈등 해결법] 下 "주민 참여 法으로 보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갈등 조정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나라 안에서 터지고 나라 밖에서 깨진다."

한국협상학회장을 지낸 고려대 박노형 교수의 경고다. 개발-환경 갈등은 물론이고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이라크 파병문제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사회 분위기 바꿔야=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자기만 옳다는 생각은 버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성급함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주민.환경단체 등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그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보일배와 단식 농성에 대해 정부가 방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와 함께 주민 참여를 질적.양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토연구원 김선희 박사는 "틀에 박힌 공청회에 머물 것이 아니라 개별 개발법에서 주민참여 방법을 다양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도 필요=최선의 갈등 해결은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국토의 개발과 보전에 대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수립되고 이에 따라 개발할 곳과 반드시 지켜야 할 곳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갈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틀에 따라 국토와 지역의 환경용량을 무시한 과잉 개발을 차단하고 에너지.수자원 등을 공급 중심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때 자연환경.생활환경 분야뿐 아니라 사회영향평가도 지금보다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환경부에서는 개발사업의 초기 구상단계에서부터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는 전략환경평가제도(SEA)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투표와 공론조사=오는 7월 주민투표제도가 시행되면 부안 원전수거물관리시설처럼 갈등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주민투표가 환경단체나 정부.지자체에 독이 될 수도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도 "정부가 여론 몰이에 나선다면 주민투표가 반핵운동에 불리할 수도 있고 환경단체가 설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공론(公論)조사를 선호한다. 이는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참여자를 미리 선정해 특정 사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개적인 토론과정을 거쳐 분명한 의견을 가지도록 한 뒤 다시 여론조사를 하는 방식이다. 리서치 앤 리서치 정호명 연구원은 "대표성이나 시민참여에 따른 정당성, 대화와 토론을 통한 민주주의 등을 감안할 때 가장 뛰어난 갈등 예방과 해결 수단"이라고 말한다.

◇당사자.조정자의 역할 제고=우선 환경부의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

광주대 김병완 교수는 "영국의 경우 1970년대 초부터 환경이란 우산 속에 건설.교통을 집어넣고 개발논리를 흡수한 덕분에 갈등구조를 해결했다"고 소개했다.

환경단체도 장기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된다. 개별 사안이 나올 때마다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갈등의 당사자인 경우 국회가 중재에 나설 필요도 있다. 이정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책보좌관은 "국가지속가능발전특별위원회를 상설특위로 구성, 국토.에너지 정책 등을 조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