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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세계화와 산업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제 곧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으로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가 시작된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세계화선언으로 정부.
기업.국민모두가 경제.정치.사회.문화 할것없이 모든 분야에 걸쳐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의 핵심인 산업정책 특히 전자.자동차등 기간산업정책의 세계화도 강조한 바 있다.
산업정책의 세계화가 추진되고 정부조직도 이에 맞게 개편되는 시점에서 현안으로 대두된 것이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이다.
상공자원부는 앞으로 국경이 터져서 국내산업과 시장이 개방되는데 이를 억제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허용하여 국내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무한경쟁시대에 잘 대비하는 길이라고 하였다.삼성의자동차산업 진출 허용은 전세계 자동차업계의 지대 한 관심사항일뿐만 아니라 한국의 기존업체나 경제 전체의 경쟁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앞으로 한국산업정책의 세계화가 어떻게진행될지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경쟁력 문제에 관한 세계적 전문가인 마이클 포터 美하버드경영대교수는 무엇보다 세계 어느나라 어느 산업이건 국제경쟁력이있는 것은 반드시 자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친 것들이란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일본의 자동차산업이건 스위스 의 시계산업이건미국의 컴퓨터산업이건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상공자원부가 앞으로국내경쟁을 적극 촉진하겠다는 것도 이런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국내경쟁을 토대로 하여 국제경쟁력 향상이건 주력업종 선정이건 기업 스스로 알아서 하도 록 해야 된다는 것이다.
포터교수가 강조하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어느 국가의 국제경쟁력이든 산업차원의 경쟁력이지 기업차원의 경쟁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일본자동차의 예를들면 국제경쟁력이 도요타등 어느 한「회사」만에 있는 것이 아니라「자동차산업」전체에 있다 는 것이다.
이는 경쟁력있는 자동차회사가 반드시 여러개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그러므로 앞으로 삼성의 진출로 강자만이 생존하고 약자는 도태되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이나 정책은 위험천만이다.기존업체 모두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할 때「자동차산업 전■의 국제경쟁력」이 지속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인구가 7천만이 된다.이런 규모의 국가로서 전자와 자동차산업이 세계수준으로 발달하지 않은 나라치고 선진국이 된 예는 없다.그러므로 앞으로 이 두 산업의 기존업체 모두를 국제경쟁력이 강하게 육성한다면 세계화세대의 산업정책은 대성공일 것이다.
부지선정.행정규제 완화.금융이나 사회간접자본의 편의 제공등 여러면에서 기존업체의 경쟁력 향상에 정책이 모아져야 한다.그리고 삼성의 진출이 기존업체에 타격이 가도록 해서는 안된다.
작년에 연구개발 투자를 1조5천억원이나 했다는 세계적 정보통신기기및 컴퓨터 제조회사인 미국의 휴렛팩커드社는 앞으로 가장 큰 전자산업은 자동차산업이라고 했다.
이는 앞으로 전자와 자동차산업 등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됨을 의미한다.사실 일본의 렉서스가 독일의 벤츠 등 고급승용차와 경쟁할 수 있는 것은 내장된 전자장치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대구.부산.광주 등 손꼽히는 지방 대도시의 산업구조를 보면 한국전체의 산업구조가 얼마나 허약한가를 금방 알 수있다고 했다.지방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해서도 기간 산업의 육성은 긴요하다.또한 한국 바로 옆에 앞으로 21세 기 세계 제1대국이 된다는 중국시장이 있는데 이의 활용이나 중국에 앞서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어느 종합상사는 자회사를 천개 이상 거느리고 있다.일본의 많은 대기업들도 중소기업체를 자회사로 많이 거느리는 등 중소기업과 네트워크를 잘 형성하고 있다.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매출액이 1조원이 넘는 6백여개의 초국가기업(TN C)간의 무한경쟁시대라고 한다.이중 규모가 큰 것은 신제품 개발에만 매년1조원이 넘는 투자를 한다.요지는 앞으로 정보력도 인력도 기술력도 약한 많은 중소기업의 수난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과의 네트워크를 잘 형성해 가도록 하는 산업정책이 그래서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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