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상의 로봇] 이야기 우리는 왜 로봇에 열광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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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27면

사용자제작콘텐트(UCC), 위키피디아, 세컨드 라이프로 대변되는 웹2.0의 발전이 눈부시다. 특히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세컨드 라이프는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 있다. 인간관계를 자유분방하게 형성할 수 있음은 물론 대학교육, 기업홍보, 그리고 물품판매에 이르기까지 활동범위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올해 가상환경에서 회원들 간에 부동산, 아바타 물품 등을 사고판 지출액 누계가 4억6000만 달러(약 43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가상환경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왜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이 질문에 심리학자나 사회학자들이 해답을 던져줄 수 있겠지만 ‘내가 만드는 또 하나의 분신’이란 측면에서 이 현상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사람이 사람 모습과 기능을 갖춘 장치나 인형을 소유하길 원하는 것에 대해 혹자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불순한 의도로 보기도 하지만 매우 자연스러운 욕망의 표현이 아닌가 싶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예쁜 인형을 갖길 바라듯 말이다. 역사적으로도 이미 기원전에 그리스 등지에서 신전에 움직이는 조각상을 만들어 종교적 목적으로 사용했고, 16~17세기 유럽에서는 태엽과 정밀한 기어로 제작된 움직이는 인형들이 귀족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로봇에 대한 열망은 20세기 말 산업용 로봇시대를 거쳐 드디어 인간사회에 공존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 제작으로 현실화됐다. 1997년 일본 혼다사가 두 발로 걷는 로봇을 출시한 후 이 흥미진진한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많은 사람이 눈을 뜨게 됐다.

99년 소니사는 감정표현이 가능한 애완용 강아지 로봇 ‘아이보’(사진)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팔기 시작했다. 시판 당시 아이보는 3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20분 만에 인터넷을 통해 5000대가 팔려나갈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개발담당자들까지 놀라게 한 대기록이다. 많은 사람이 이 로봇의 가격과 기능을 생각할 때 큰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막상 출시되자 엄청난 인기와 함께 세계 각처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던 것이다.

이후 일본에서는 아이보 클럽이 형성되고 애완용 개를 키우듯 로봇을 훈련시킨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길들인 로봇 강아지의 재롱 경연대회를 열기도 했다. 강아지 로봇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입력된 대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의 감성을 표현하며 주인의 의지에 따라 행동양식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 있다. 비록 이 기능들이 단순하고 보잘것없다 하더라도 결국 인간의 심성을 자극해 보호본능을 일으켜 새로운 로봇 신드롬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세컨드 라이프와 달리 지능로봇은 인간의 새로운 삶을 구축하기 위한 발전된 형태의 선택임에 틀림없다. 가상환경과 달리 로봇은 인간과 현실사회에 공존하면서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집 안을 정리·정돈해주고, 피곤할 때는 안마를 해주며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도 들려줄 수 있다. 혼자 지내는 노인이나 집안일에 지친 주부에게는 훌륭한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로봇은 소외된 계층, 그리고 인터넷 등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에게 새로운 공동체 형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우리가 로봇에게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이런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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