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은 천하무적 애굣덩어리-용의주도 미스 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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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14면

자, 따라해보라. 일단 비음을 섞은 “앙, 앙, 앙”이라는 말을 반복해 시동을 건다. 콧노래하듯 경쾌한 “앙”에 성공하면 마지막에 ‘o’ 받침이 들어가는 “오빠”(발음기호는 [오빠:ㅇ])에 도전한다.

‘무릎팍도사’도 무릎 꿇은 천하의 애교가 그 한 단어 안에 숨어 있다. ‘용의주도 미스 신’의 한예슬이 그렇듯, 예쁜 여자의 눈웃음과 애교 섞인 앙탈에 남자들이 사족을 못 쓰는 현상이 경험적 진리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용의주도 미스 신’ 속 그녀가 무려 네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라는 말이다.

신미수(한예슬)는 대형 광고대행사의 인정받는 AE(광고기획 담당자)다. 얼굴도 착하고 몸매도 착하지만 그녀에게 현실은 회사가 아니라 연애에 있다. 미수의 회사 생활은 광고주의 분노를 사도 해고당하기는커녕 또 다른 기회가 척척 주어지는 거짓말 같은 상황의 연속이다. 미수의 진짜 욕망은 남자다.

‘용의주도’라는 말은 남자를 낚는 미수의 철저함 그 자체를 뜻한다. 재벌 3세(권오중), 클럽에서 일하는 연하남(손호영), 통신회사에서 잘나가는 성격 더러운 이웃사촌(이종혁), 그리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학교 선배(김인권)까지 미수의 마수에 걸려든다. 미수가 선택할 최후의 1인은 누가 될 것인가. 연애라는 줄다리기는 덜 사랑하는 쪽이 권력을 갖는 속성을 지닌다.

새침한 얼굴로 곁눈질을 멈추지 않는 애굣덩어리만큼 남자들의 관심을 끄는 존재도 없다. 그런 걸 다 인정한다 해도, 미수가 하루의 태반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시간이 나태하게 그려졌다는 데는 볼멘소리를 멈추기 힘들다. 노골적인 PPL(프로그램 협찬 광고) 역시 영화를 보는 동안 찜찜한 마음을 거두지 못하게 한다. 그렇다 해도 TV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물이 오른 한예슬의 매력은 다행히 아직은 힘이 세다.

네 다리를 걸친다는 설정이 한예슬의 매력을 극대화해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 귀엽다가 섹시하다가 웃기기도 하는 발랄한 연기의 몇몇 대목은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을 떠올리게 하는 덕에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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