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무예>3.국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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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수도자(修道者)의 숨이 멎은 것같다.천천히 몸을 비트는가 싶더니 어느새 몸이 허공을 가른다.순간 「윙윙」바람소리와 함께한복자락이 펄럭인다.공중에 거꾸로 뜬채 수차례의 회전돌려차기가빠르게 펼쳐진다.손가락 끝에 사람의 옷깃이 스 치듯 지나치자 상대가 풀썩 주저앉는다.정형화된 품세같은 것도 없다.그저 몸이자유로울 뿐이다.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손가락과 주먹.팔.다리의 움직임이 산속을 떠도는 바람과 다를바 없다.품속에서 꺼낸 부채(학우선)가 춤을 추며 칼날보다 빠른 공격과 방어를 펼친다.』本紙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국선도의 기화법(氣化法)이다.일종의 외공(外功).한때 극히 일부분이 공개(60년대말)됐었으나자기과신의 무기로 사용되는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아예 전수(傳受)의 문이 닫혔던,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전통 무예다.
흔히 「국선도」하면 예부터 비전(비傳)되어오던 단전호흡을 처음으로 보급시킨 우리의 문화쯤으로 생각돼 왔다.신라의 석학 최치원(崔致遠)이 난랑비(鸞郎碑)서문에서 지적했던 「현묘지도」(玄妙之道),화랑의 풍류도(風流道)의 맥(脈)정도로 이해됐다.
그러나 국선도에는 이같은 비전무예가 있다.
국선도는 그 이름에서 보듯 땅(地-國)과 사람(人)과 하늘(天)이 하나되는 삼위일체를 지향한다.
〈관계기사 38面〉 수도법은 행공법(行功法-내공)과 기화법 두가지로 크게 나뉘며 행공법은 단전호흡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엄격히 말하면 단전호흡은 행공법 수련의 前단계다.단전호흡에 익숙해져야 비로소 9단계의 행공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행공법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피부로 숨을 쉬고 몸을 마음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金基讚기자〉 그러나 행공법만 연마해서는 고수의 경지에 다다를 수 없다.외공인 기화법을 단계적으로 함께 연마해야만 한다.
현광(玹侊)법사는『기화법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뿐 아니라 수도 무궁무진해 일반인은 무예의 존재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이를 완전히 터득한 사람은 국선도를 처음 보급한 청산선사(靑山篩)뿐』이라고 말했다.기화법은 크게 10단 계로 나뉜다. 기화오공법(氣化五功法).기화팔공(氣化八功)등 9단계를 거쳐마지막에 최고경지인 기법(氣法)에 도달하는 것이다.
보통 5단계만 달성해도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경지가 되며 그 이상이면 투시.공중머물기등 상상을 초월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현광법사는 『앞으로 어느정도 내공이 쌓인 사람을 대상으로 아주 조금씩 기화법을 공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743)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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