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포츠 세단의 신기원 열었다”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제네시스(Genesis)’의 뜻은 신기원, 창시라는 뜻이다. 성경의 창세기도 이 단어를 쓴다. 현대자동차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가 지난 12월 5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처음 공개됐다.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신기원을 만들어 낼까? 현대차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낼 수 있을까?

현대차는 지난 5일부터 3일간 기자단, 애널리스트, 의사, 변호사 등 각계 오피니언 리더 270명을 초청해 제네시스를 알리는 쇼케이스(사전공개) 행사를 열었다. 신차 발표회 전에 사전공개 행사를 여는 것은 예외적인 일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마케팅 극대화를 노리는 동시에 일종의 베타테스트를 진행한 셈이다. 사전공개를 통해 전달되는 품평을 반영해 1월 8일 신차 공개 전까지 미비한 점을 보충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지난 3년2개월 동안 500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차 최초의 후륜구동 독자모델이기도 하다. 벤츠, BMW, 재규어 등 세계적인 프리미엄카 대부분이 후륜구동을 채택하고 있다. 현대차도 연비에서 유리한 전륜구동 대신 승차감에서 한 수 위인 후륜구동을 택한 것은 ‘가격 대비 좋은 차’라는 평가에서 벗어나 ‘좋은 차’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해외 언론도 제너시스의 노력에 호응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잡지 모터트렌드는 5월호 기사에서 “제네시스는 현대차를 럭셔리 메이커 반열에 올릴 뛰어난 차”라고 호평했다. 지난 4월 미국의 주요 일간지인 시카고 트리뷴은 ‘현대차도 럭셔리카 대열에 뛰어들었다’는 기사에서 제네시스에 높은 점수를 줬다.

행사에서 현대차 관계자들도 자신감을 보였다. 차량개발팀장인 이봉환 전무는 “충돌 평가의 경우 전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고, 동력 성능과 연비는 경쟁 차종인 렉서스 ES350이나 BMW 530i보다 낫다”며 “최첨단 장치도 대거 장착해 해외 고급차와 충분히 겨룰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벤츠·BMW에 성능 안 뒤져

현대차에서 제공한 경쟁차와의 주요 제원 비교표만 보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자동차의 힘을 나타내는 마력이나 토크에서 제네시스는 벤츠 E350이나 BMW 530i에 뒤지지 않는다. 연비는 오히려 두 차를 앞서기도 한다.

여기에 벤츠나 아우디, 볼보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핸들의 각도에 따라 움직이는 어댑티브 헤드램프(AFLS) 등 최첨단 신기술도 장착돼 있다. 에어서스펜션은 고속주행시 자동적으로 차체를 낮춰준다. 이 전무는 제네시스를 설명하면서 “20여 가지 신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감성 품질은 나무랄 데가 없다. 시트의 착좌감이나 인테리어 구성은 유럽 차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통합식 조그셔틀로 모든 기능을 모아 운전자가 조작하기에도 편하다. 오디오시스템은 롤스로이스에만 장착된 하만베커사의 최고급 브랜드인 렉시콘(Lexicon)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수입 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버튼형 시동장치도 적용되는 등 시트에 앉는 순간 국산 차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외관 역시 전체적으로 스포츠 세단이라는 컨셉트에 맞게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줬다. 앞뒤 오버행(바퀴부터 범퍼까지의 길이)이 짧아졌고, 볼륨감과 날렵함을 고루 갖춰 흠잡을 데가 없다.

이런 자신감을 반영하듯 이날 행사에는 벤츠 E350, BMW 530i와 비교 시승이 진행됐다. “렉서스의 ES350은 왜 비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현대차의 이현순 연구개발총괄본부장(사장)은 “ES350은 제네시스와 급이 좀 다르다”고 대답할 정도였다.

이 사장은 제네시스를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오너 드라이버용 고급 스포츠 세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북미, 중국에 판매될 예정인 제네시스는 그곳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개발한 차”라고 덧붙였다. 제네시스가 주행성능 못지 않게 승차감에도 신경을 썼다는 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벌써부터 30~40대 소비자의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내년 1월 국내시장에 제네시스를 출시한 뒤 4월 중국 시장, 9월 미국 시장에 수출할 예정이다.

정배호 시험2실장(이사대우)은 “제네시스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국내 전문가들은 물론 독일의 자동차 전문가 등 각종 외부 의견과 리뷰가 반영된 차”라고 설명하면서 “한 달여 남은 출시시기까지도 내외부의 개선 의견은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현대차가 제네시스의 출시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제네시스의 성공 여부에 따라 현대차가 한 단계 도약할 수도, 제자리에 머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의 가격은 45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 차에서 볼 수 없었던 기능과 성능을 충분히 흡수해 낸 점을 고려하면 고급차 가격에도 불구하고 꽤 호응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가 기존 현대차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은 분명하다.

제네시스 타 보니…

일반 주행은 ‘Excellent’, 극한 상황에선 ‘Umm…’

현대차는 제네시스V6 3.8과 벤츠 E350, BMW 530i를 직접 비교했다. 시승 코스는 슬라럼(일렬로 장애물을 세워놓고 지그재그로 빠져나가는 방식)과 VDC테스트(급 차선 변경 후 다시 본래 차선으로 복귀하는 방식), 대회전 코너링(유턴에 가까운 코스), 고속주행 후 급제동이었다. 여기에 주행 트랙에서 시속 200㎞로 고속 주행은 전문 드라이버와 동승했다.

현대차는 시승 전부터 “선입견을 갖지 말고 충분히 거칠게 몰아보라”고 주문했다. 세계적으로 검증된 벤츠, BMW와 직접 비교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제네시스의 성능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테스트 드라이브 결과 제네시스가 기존 현대차에 비해 성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은 사실이다.

시속 70㎞로 슬라럼을 통과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급격한 좌우회전에도 차는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다만 비교 시승한 차에 비해 좌우 쏠림이 좀 심했는데 이는 제네시스의 서스펜션이 다른 두 차량에 비해 다소 부드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VDC(차체 자세 제어) 테스트 코스에서는 비교 시승차와 차이가 났다. VDC는 주행 중 갑자기 차의 진행방향을 바꿀 때 차체가 전복되거나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다. BMW나 벤츠는 VDC 기능이 비교적 빠른 시간에 들어와 차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는데 제네시스는 VDC의 작동시점이 너무 늦어 사실상 큰 효과가 없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VDC 시스템의 개입시점은 자동차마다 다르게 세팅된다”면서 “제네시스는 개입시점이 뒤로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VDC가 지나치게 빨리 개입할 경우 운전자의 핸들링에 방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제네시스의 VDC 시스템은 좀 서툴렀다. 첨단기술을 채택하더라도 반복적인 실험과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대회전 코너링은 큰 무리가 없었다. BMW보다는 롤링이나 언더스티어(밖으로 미끄러짐)가 컸지만 벤츠와는 큰 차이가 없었다. 급가속 후 급제동에서는 안정적인 제동성능을 보여줬다. 급제동시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제네시스가 가장 돋보인 장면은 주행트랙에서 시속 200㎞로 고속주행 했을 때다. 시속 120㎞가 넘어가면서 차체가 저절로 낮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속은 부드럽고 안정적이었으며, 힘도 충분하게 느껴졌다.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7초대로 국내 자동차 가운데 가장 빠르다.

특히 시속 200㎞에서도 앞좌석의 운전자와 평소 목소리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은 제네시스의 큰 장점 중 하나였다. 공기저항계수(Cd)가 0.27로 국산 차 중 가장 낮은 덕을 톡톡히 본 듯했다. 고속주행시 안락함과 정숙성은 동급 최강이라 할 만하다.

극한상황의 주행이 흔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가 예외적인 성능보다 일상적인 안락함에 초점을 맞춘 듯했다. 제네시스가 유럽이 아닌 북미와 중국, 한국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된 듯하다. 제네시스가 벤츠, BMW와 비교할 만한 성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렉서스와 더 비슷한 느낌이다.

이석호 기자

lukoo@joongang.co.kr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