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시장 적절할 때 들어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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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벼락 같은 성공.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일 듯하다. 유명 학원강사였던 손주은 대표는 2000년 회사를 세울 때만 해도 “한 100억원 정도 하는 회사”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메가스터디는 현재 시가총액 2조원을 넘나드는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했다.

메가스터디의 2002년 매출은 204억원, 2004년에는 503억원을 올렸다. 다시 2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10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년마다 매출이 두 배씩 뛰는 이른바 ‘손의 법칙’을 써가고 있는 것이다.

‘손의 법칙’은 계속될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275억원. 손 대표는 “내년에는 신규사업을 제외하고도 2100억원 정도는 무난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메가스터디가 갖고 있는 역량만으로도 5000억원까지는 갈 수 있다”고도 했다.

-축하합니다. CEO들이 뽑은 CEO라 감회가 더할 듯한데요.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놀랐습니다. 강사에서 CEO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내가 잘하고 있나’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인정을 받는 것 같아 고마울 따름입니다. 한편으로 책임감도 느낍니다. 사업 자체가 특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든 측면을 높게 평가해 주신 것 같습니다.”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계신데요, 예상은 하셨나요?
“회사를 세울 때만 해도 한 1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수준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시가총액 2조원을 달성했네요. 저희 자신도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2002년을 넘어서면서 상당한 수준으로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벤처캐피털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정도 수준은 될 것이라는 얘기도 그때 들었습니다.”

실제로 메가스터디는 시가총액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넘어섰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회사의 성장 속도를 손 대표나 임직원들이 따라갈 수 있을까? 손 대표는 “내 자신과 직원들의 능력을 볼 때 회사의 성장 속도가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혁신을 생각했고, 올 중반 조직진단 컨설팅을 받아 조직체계를 완전히 개편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손은진(손 대표의 막내동생) 전무는 “부정기적으로 해 왔던 임원회의를 정례화하고, 중등사업부와 고등사업부를 완전하게 통합하는 등 조직 자체를 변화시켰다”며 “이를 위해 고급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온라인 교육시장 진출 계획”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이지만, 실패한 사업도 있으시죠?
“공무원 9급시험 시장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투자 차원에서는 손해가 아닌데,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현상유지 정도 하는 데 그쳤습니다. 당시 회사 내에 의사결정 체계가 없었고, 성장 압박감 때문에 준비 없이 들어간 측면이 있습니다. 그 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니 성장할 수 없는 시장, 시장 강자도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였어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새로운 시장 진출을 꾸준히 시도하고 계신데….
“전문대학원 시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의·치학 대학원 입시학원시장 진출입니다. 관련 학원을 인수한 지 열흘 정도 됐는데, 모양새가 괜찮습니다.”

메가스터디는 지난 11월 26일 의·치학 대학원 입시 전문학원인 파레토아카데미를 50억원에 인수(지분율 86.96%)했다. 현재 이 시장은 특별한 선두주자가 없는 상태. 시장점유율 1위 학원의 연 매출이 60억원 정도밖에 안 되는 초기 시장이다.

2003년부터 시행된 의·치학 대학원 입시 시장은 시행 첫해 모집정원이 499명이었지만 2009학년도에 2100여 명으로 늘어난다. 앞으로 클 시장에 손 대표는 살짝 발을 담그는 수준의 투자를 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손 대표의 경영 전략이다. 그가 말하는 ‘4번 타자론’이다.

▶“논술이나 소규모 전문학원, 보습학원 등에 메가스터디 브랜드로 뛰어들면 얼마든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쪽에는 절대 손대지 않을 겁니다. 그 원칙은 지켜갈 것입니다. 아무리 사교육 시장이 건전해지고 축소된다고 해도, 메가스터디가 타격 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로스쿨 시장에 진출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계획은 있지만 시기를 따져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빨리 움직이지는 않을 겁니다. 1번 타자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죠. 없던 시장에 1번 타자로 나가면 콘텐트 비용도 많이 들고, 벤치마킹 모델이 없으니 시행착오가 생기게 마련이죠. 시장을 알려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요. 천천히 시장을 보고 준비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 들어간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3번이나 4번 타자가 타율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다른 계획도 있습니까?
“열흘 전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일본 교육시장을 둘러봤는데, 중국보다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교육환경이 우리와 유사하다는 점도 끌립니다. 우수한 강사진에 메가스터디의 노하우를 결합하면 일본 온라인 교육시장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은 생각 수준이지만, 일본에 지사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손 대표는 해외진출 얘기를 하면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e-러닝 시장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토양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놀랄 정도로 성장했다”며 “이 노하우를 해외에도 인식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재 메가스터디의 고등학생 온라인 누적 회원 수는 184만4000명, 중등부 35만4000명이다. 7개의 대형 오프라인 학원을 운영하고 설립 6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4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35%, 순이익률은 27.5%. 수퍼스타급 강사를 포함해 강사진 400여 명.

최고 수입 강사의 1년 온라인 강의 수입료만 20억원. 고등부 온라인 교육시장 장악률 70%. 2004년 12월에 코스닥에 상장돼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4~5위를 유지하는 기업. 여기에 유아·초등부부터 성인시장까지 수직적인 체계가 완전히 갖춰지면 ‘브랜드 로열티’를 바탕으로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미 성공한 교육사업가, 벤처기업인이다. 하지만 메가스터디는 사교육 시장에서 크고 있는 기업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로 꼽히는 사교육의 수혜자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심적 부담은 없을까?

“논술, 보습학원은 손 안 댈 것”

-사교육 시장이라는 것이 학부모의 두려움과 욕망을 먹고사는 곳이라는 생각인데요,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사교육 시장은 공교육의 실패, 교육 전체의 아마추어리즘으로 인해 훨씬 키워진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메가스터디의 성장동력이 된 것은 아닙니다. 좋은 대학을 가고 싶고, 효율적인 공부를 하고, 언제 어디서나 좋은 수업을 듣고 싶은 학생들의 욕구에 대응했기 때문이죠. 메가스터디는 학습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는 절대 음습한 사교육 시장의 부산물을 주워 먹을 생각이 없습니다. 논술이나 소규모 전문학원, 보습학원 등에 메가스터디 브랜드로 뛰어들면 얼마든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쪽에는 절대 손대지 않을 겁니다. 그 원칙은 지켜갈 것입니다. 아무리 사교육 시장이 건전해지고 축소된다고 해도, 메가스터디가 타격 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손주은 대표는 강의는 접고, 경영에만 전념하고 있다. 대신 입시 설명회 등 특별 강연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요즘도 하루 2~3시간 자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대표적인 코스닥 주식 거부가 됐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열정적인 강사 같았다.

아직 기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툭 던질 때는 옆에 있던 전무가 한숨을 푹 쉰다. 그 열정. 손주은 대표가 ‘CEO가 뽑은 올해의 CEO’에 뽑힐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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