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정원, 사시합격자 90%인 서울권에 5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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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문을 여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총 입학정원 지역할당을 둘러싼 대학과 정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14일 첫해 총 입학정원 2000명 중 52%인 1040명을 서울 권역에, 나머지 48%인 960명을 지방 4개 권역에 배분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도권 대학들의 반발이 더욱 커진 것이다. 특히 수도권 중위권 대학들은 "교육부가 심사도 하기 전에 지역 배분율을 정해 '수도권 역차별'을 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심사과정을 모두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교육부 이걸우 대학혁신추진단장은 "지역균형 원칙에 따라 로스쿨을 심사 중인 법학교육위원회가 배분율을 정한 것"이라며 "심사 결과에 따라 5%(100명) 범위 내에서 서울과 비서울 권역 배분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스쿨은 5개 권역으로 나뉘어 내년 1월 말 예비인가된다. ▶서울(서울.경기.인천.강원) ▶대전(대전.충남북) ▶대구(대구.경북) ▶부산(부산.경남.울산) ▶광주(광주.전남북.제주) 등이다. 전체 신청 대학 41곳이 모두 경쟁하는 것이 아니고 권역별로 승부를 가리는 것이다.

◆52 대 48 "타당하다" "억지다"=교육부 이동진 대학원개선팀장은 "▶인구 수 ▶지역 내 총생산 ▶발생 사건 수 ▶법조인 양성의 균형을 감안해 52 대 48의 비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호문혁 법대 학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사법시험 합격자 비율이 9 대 1 정도인데 정부가 지역균형을 너무 신경쓴 것 같다"며 "로스쿨은 대학의 경쟁력을 더 많이 고려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A대학 총장은 "단순한 인구 숫자와 사건 수를 가지고 비율을 정했다니 기가 막힌다"며 "수도권의 중요도와 대학경쟁력을 감안하면 비율이 최소 6 대 4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부가 청와대 코드를 맞추느라 정권 말기에 억지 행정을 한다"고 비난했다.

◆25개 안팎 유력=전국 41개 대학이 신청한 로스쿨 총 입학정원은 3960명(서울 권역 2360명+지방 권역 1600명)으로 교육부가 확정한 2000명의 두 배다. 대학들은 52 대 48 비율을 적용하면 서울 권역 13~14곳, 지방 권역 11~12곳 등 모두 25곳 안팎이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권역에서는 24곳 중 절반이 무더기 탈락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일부 대학이 총정원 배분 비율 자체가 "평등과 공정 경쟁 원칙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노무현 정권이 내세운 지역균형발전 원칙에 의한 정원 배정이 19일 대선 이후 구성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재론될 수 있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대선 이후 권력 이동기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로스쿨 정원배정문제가 전면 재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눠먹기 '미니' 로스쿨?=개별 로스쿨의 최대 정원은 150명이다. 9곳(서울대.고려대.연세대.한양대.성균관대.이화여대.전남대.경북대.부산대)이 신청했다.

그러나 지역배분 비율과 총정원 2000명을 고려하면 이 중 많아야 서너 곳이 150명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역 나눠주기를 하다 보면 50~80명 정원의 '미니' 로스쿨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 연세대 홍복기 법대 학장은 "로스쿨이 특혜처럼 나눠먹기로 인원을 쪼개면 어느 대학도 만족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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