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쓰러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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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오늘(2월 19일) 밤. 중국 혁명 1세대로 78년부터 20년간 중국을 이끌어온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사망했다. 92세였던 노환이 사망 원인이었다.

그의 삶 자체가 곧 중국의 현대사라 할만큼 혁명적인 삶을 살았던 덩샤오핑. 鄧은 지난 1978년 실권을 장악한 이래 20년간 최고실력자로 중국의 개혁·개방노선을 설계하고 총지휘했다.

사람들은 그를 중국의 경제기적을 연출한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혹은 12억 가까운 중국 인민들의 민생고를 해결한 '오척단구의 거인'으로 불렀다.

그는 공산주의자였지만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의 실용주의를 토대로 '중국식 사회주의'를 정립시킨 이론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鄧은 대담한 경제자유화와는 반대로 사회주의와 공산당정권에 대한 도전은 철저히 응징, 정치적 민주화는 끝까지 거부했다. 이같은 양면성은 1989년 6월 천안문 사태 처리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경제적 논리로 정치적 문제를 극복하려던 鄧의 중국식 사회주의가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의 불균형으로 치달은 것이다.

당시 덩샤오핑의 사망 소식은 바로 다음날인 20일자 중앙일보 1면에 실려 세계적인 특종으로 보도됐다. 이 보도는 그해 연초부터 심심찮게 나오던 덩샤오핑의 위독설·사망임박설 속에서 나온 한국 언론의 쾌거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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