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음걸이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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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인생의 일몰을 향하는 여로에 발을 내디뎠다. 여러분 안녕.”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1994년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선고를 받고 국민에게 보낸 작별 인사입니다.
본인 뿐 아니라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에 노인들이 죽음보다 더 두려워한다는 치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10%가 앓고 있는 치매가 유형에 따라 보행 장애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일반적으로 ‘치매’란 사람의 뇌가 여러 가지 후천적인 원인에 의해 손상되어 기억력 등 다양한 인지기능을 상실해 결국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치매의 원인은 70여 가지로 다양하며, 그중 우리나라 치매인구의 절반이상은 노인성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입니다.
다양한 치매의 원인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눈을 감고 머릿속에 막대사탕을 그려보세요. 동그란 사탕은 뇌세포에, 길쭉한 막대는 뇌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치매란 뇌세포와 그것을 먹여 살리는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서울특별시립서북병원의 신경과 이은아 과장은 “사람들은 치매가 단순히 기억장애와 부적절한 행동만으로 나타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파킨슨병이나 혈관성 치매처럼 유형에 따라 보행 장애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이에 지난 11월 30일, 치매전문병원인 서울시립서부병원에서는 서울 시민들에게 ‘보행 장애와 관련된 치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건강한 뇌, 아름다운 보행” 체험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신경과 전문의들과 200여 명의 노인들이 함께 참가해 걸음걸이 유형을 분석하고 보행 패턴 별로 진단할 수 있는 치매에 대한 교육과 체험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1> 어르신들이 신경과 이은아 과장의 보행 장애와 관련된 치매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보행 장애를 보이는 노인의 걸음걸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노인의 걸음이 느려진다
2. 몸이 구부정하게 앞으로 굽고 다리를 끈다.
3. 첫발걸음 떼기가 어렵다
4. 마비는 없는 데 마치 발바닥에 접착제가 붙어있는 것처럼 발자국을 떼는 것이 힘들어 주저주저 한다.
5. 보폭이 좁아져 종종걸음을 한다.
6. 중심을 잡지 못해서 자꾸 넘어진다. 혹은 걸을 때 넘어질까 봐 두려워 무엇인가를 잡으려고 한다.
7. 다리의 마비로 인하여 힘이 없다.
8. 몸이 한 쪽으로 기울거나 다리를 끈다.
9. 걸을 때 팔 흔들림이 없이 차려 자세로 걷게 된다.

<사진2> 어르신들이 보행 장애와 관련된 치매 설명을 들은 후 직접 나와 보행을 해보고 있습니다. 보행 패턴 별로 다음과 같은 치매들을 진단 할 수 있습니다.

패턴1 다리를 질질 끌거나 첫걸음 떼기가 어렵다. 발에 접착제를 붙여 놓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팔 움직임은 괜찮다. → 혈관성 인지장애, 혈관성 치매, 피질하 혈관성 치매, 정상압뇌수두증에 의한 치매 등
패턴2 종종 걸음을 친다, 발 움직임이나 손놀림 자체도 느려진다. 돌아설 때 중심잡기 어려워한다. 자주 넘어진다. → 파킨슨병 치매, 파킨슨 증후군 치매, 루이소체 치매, 피질기저핵변성 치매, 진행성 핵상성 마비에 의한 치매 등
패턴3 걸음을 잘 걷는데 금방 했던 일을 잊어버리거나 반복적인 질문을 한다. 말을 정확히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거시기, 저것” 등의 대명사로 지칭하여 대충 얘기하곤 한다. → 알츠하이머 치매
패턴4 걸음걸이가 전반적으로 비틀 비틀대며 보폭이 넓어지며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은 양상을 보인다. → 알코올 혹은 비타민 부족에 의한 치매

■ 치매환자에게 제공되는 약물치료 외에도 다양한 비 약물적 방법을 통해 치매환자의 인지기능 향상을 위한 치료방법들이 개발, 시도되고 있는데요. 약물치료와 그 외의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비 약물적인 치료 효과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현재 치료 중인 어르신들의 음악치료 발표회도 이어졌습니다.

음악치료, 미술치료, 원예치료 등의 비 약물적 인지치료는 치매환자에게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퇴행하는 뇌세포의 재활성화를 통해 치매의 치료 및 질병의 악화를 막고, 치매환자의 실행능력 및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사진3> 신00 할아버지는 보행 장애가 있는 혈관성 치매 환자입니다. 병원에 처음 입원하실 때는 배에 tube를 박은 상태로 경관식사를 해야 할 정도로 침해 상태가 심했던 분입니다. 지금은 약물치료와 함께 비 약물치료(음악치료가 주였음)를 통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한층 호전된 모습으로 노래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본 아들은 뒤돌아 눈물을 훔쳤습니다.

<사진4> 이00 할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치매입니다. 다른 치매환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보행 장애가 없지만 기억장애가 심했습니다. 약물치료와 미술, 음악치료를 함께 받으시면서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매일 아침, 부인과 결혼한 사실을 잊어버리는 할아버지는 그때마다 할머니에게 “나와 결혼해 달라”고 한답니다. 매일 아침 청혼을 받으시는 할머니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머니라고 하십니다.

■ 아울러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각 종 치료체험 전시와 상담코너가 운영됐습니다. 치매환자를 대하는 가족들의 이해와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5> 이번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 치매상담은 물론 음악과 미술 등 비 약물적인 치료를 체험해 보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 소식을 듣고 김포에서 예까지 찾아왔다는 한 할아버지는 기자가 “어떻게 오시게 됐느냐” 물었더니 "집사람이 치매 환자야" 하십니다. 강의부터 체험코너까지 꼼꼼히 챙기시더니 "유익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한 말씀 하시고선 집에 계신 할머니 생각이 더하셨던지 발걸음을 재촉하십니다.

갈수록 고령화 되어가는 사회에서 나만은 예외일거라 확신할 수 없는, 언젠간 나에게도 찾아올 수 있는 병 치매. 이은아 과장은 “보행 장애로 시작되는 치매와 같이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적극적이고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TIP. 치매 예방법

고혈압과 당뇨병을 철저히 조절합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어야 합니다.
절대로 담배를 피우면 안 됩니다.
심장병을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해야 합니다.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과음은 하지 않습니다.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여야 합니다.
머리를 많이 쓰고 적극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뇌졸중을 예방합니다.
우울증은 치료받고, 많이 웃고 밝게 살아야 합니다.
성병에 걸리지 말아야 합니다.
기억장애, 인지장애가 있으면 바로 병원에 갑니다.
미리 미리 노후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60세 이상 연 1회 치매 검진을 받습니다.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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