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병을 부르는 고혈압 ① - 빨리 걷기가 보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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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인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은 주로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질환이다. 그만큼 고혈압이 우리나라 국민의 주요 사망 원인이라는 뜻이다.
고혈압은 운동과 활동량은 적고 스트레스는 많은 현대인들 누구나 걸리기 쉬운 병이다. 하지만 혈압이 높아도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자신이 고혈압 환자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린다.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찬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심해지는 겨울철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대한고혈압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은 10월부터 늘기 시작해 1, 2월이면 최고조에 이른다. 겨울철 고혈압으로 인한 사망률은 다른 계절보다 10∼25% 높다.
얼마 이상을 고혈압으로 보느냐에 대해서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개인적 편차가 있으며 건강한 사람도 정신적인 흥분이나 격렬한 운동을 한 뒤에는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최고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최저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140이 기준이라 하여 139는 괜찮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최근 대한고혈압학회가 지금까지 정상에 속했던 수축기 혈압 120에서139, 이완기 혈압 80에서 89 사이에 속하는 경우를 고혈압 전 단계로 분류하기로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준을 정한 것은 치료 방침을 정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임의의 선을 그어 놓은 것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혈압을 자주 측정하여 알고,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고혈압 예방을 위한 생활 요법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고혈압 예방 및 관리 수칙

① 정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하자.
수은 혈압계가 정확하지만 가정용 전자 혈압계도 표준점을 맞추어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혈압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혈압이 조금 오른다고 너무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 계속 높게 측정되면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② 찬바람을 조심하자.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출 시에는 옷을 충분히 갖춰 입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실내온도가 1 도씩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이 1.3 mmHg 이완기 혈압이 0.6 mmHg 올라간다.
③ 체중관리를 하자.
비만인 사람이 체중을 5kg 정도 줄이면 수축기 혈압을 10 mmHg 이완기 혈압을 5 mmHg 정도 떨어뜨릴 수 있고, 고혈압 약제에 대한 효과도 증가한다. 그런데 활동이 적은 겨울철에는 오히려 체중이 늘어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④ 염분 섭취를 제한하자.
소금은 우리 몸을 붓게 하고 혈압을 올린다. 평소 음식에 첨가하는 소금이나 간장의 양을 반 이하로 줄이도록 노력하자.
⑤ 담배와 술을 멀리하자.
담배는 직접 혈압을 올리지는 않지만 동맥경화증을 유발시키는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또 술을 마시면 혈관이 수축되어 혈압이 올라가므로 주의해야 한다.
⑥ 전문가와 상담하여 체력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자.
추위는 몸을 움츠리게 한다. 따뜻한 날 오후에 빨리 걷기, 달리기, 줄넘기, 자전거타기, 에어로빅 등의 유산소운동을 일주일에 3~4 일, 한번 할 때마다 30~45 분씩 하자. 수영도 좋지만 수영 후에는 몸과 머리 등을 완전히 말려서 따뜻하게 한 후 밖으로 나와야 한다. 추운 날에는 실내에서의 맨손 체조도 좋다.

-빨리 걷기 운동과 고혈압 예방

이탈리아 팔레르모 국립대학(Universita degli Studi di Palermo)의 도메니코 디 라이몬도 박사 연구팀은 활동혈압측정을 이용한 연구 결과, 고혈압 환자가 운동을 하면 이미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혈압강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체육의학 임상저널’ 2006년 5월 호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168명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6주간 빨리 걷기 운동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대상자들은 운동에 문제가 되는 질병을 갖지 않고, WHO가 정한 1단계 고혈압(140~159/90~99 mmHg) 해당자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으며, 체질량 지수는 30미만인 환자들이었다. 또 빨리 걷기 운동은 숙련된 물리치료사의 지도 하에 1주일에 세 번씩 실시했다.
연구 결과, 운동을 함으로써 평균 수축기 활동혈압은 24시간 동안 143.1로부터 135.5 mmHg로 떨어졌으며, 이완기 혈압은 91.1로부터 84.8mmHg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라이몬도 박사는 “경미한 고혈압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운동은 매우 효과적이며, 약물요법과 병행하여 보조요법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결론 맺었다.

⑦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자
현대인에 있어서 혈압의 상승은 스트레스와도 관계가 많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과로를 피하는 등 긴장을 푸는 시간을 매일 갖는 것이 중요하다.
⑧ 고혈압은 유전적인 소인이 아주 강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
부모 모두가 고혈압인 경우는 80%, 한쪽 부모가 고혈압인 경우는 40~50% 정도 자녀에게 유전될 수 있다. 대개는 30~40 대 이후에 혈압이 올라가지만 더 젊어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으며, 혈압이 올라가는 겨울철에 처음 고혈압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족 모두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한다.
⑨ 의사가 처방한대로 정확히 혈압약을 복용하자.
겨울철은 분명히 고혈압의 계절이다. 그러나 우리가 혈압을 다스리겠다고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부터 더 이상 겨울철은 고혈압의 계절이 아닐 것이다.

도움말= 성지동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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