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정부조직개편-무성한 뒷얘기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행정혁명」으로 불리는 정부조직 개편은 규모와 그에따른 공직사회의 충격,발표의 전격성등에서 뒷말도 많고 화제도 무성하다.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행정쇄신위와 총무처.
경제기획원 예산실등에서 꾸준히 해왔으며 그중 행쇄위안(案)이 80%쯤 반영됐다는 후문.
그러나 주요 개편대상으로 꼽혀온 분야중▲예산기능 분리▲독립적인 인사위원회 설치가 반영되지 않았고▲통상업무 조정이 이뤄지지않았으며▲非경제부처는 이번 개편에서 제외돼 아쉽다는 평가도 없지않다. 특히 이번 정부발표가 예산안날치기처리 뒤끝에 이뤄짐으로써『정치적 계산때문에 충분한 검토와 사전준비가 덜된 상태에서서둘러 발표된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뒤따르고 있다.
당초 행쇄위안에는 총무처에서 인사기능을 분리,별도의 인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조직관장업무는 총리실에 이관시켜 총무처를 없앤다는 내용이 들어있었으나 막판에 원상태로 환원됐다.
이는 총무처가 이번 정부조직 개편작업을 최종 담당하는 행운(?)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위상이 바싹 줄어든 부처로부터『혼자만 살아 남기냐』는 원성을 듣고있다. ○…이번 개편작업에서 가장 고심한 대목은 경제기획원이 갖고있던 예산편성기능의 향배.이를 어디로 넘길 것인가를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당초 안에는 경제기획원을 기획기능과 예산기능으로 분리,기획기능을 담당할 국가전략기획처를 신설하고 예산기능은 청와대 또는 총리실로 넘기는 방안이 고려되었으나 예산과 기획기능에 재무부를합쳐 재정경제원으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으로 낙착.
조직개편에 참여한 총무처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가 주도하는 개혁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예산실을 미국(美國)처럼 청와대비서실로 넘기는 방안이 강력히 대두됐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기가 5년밖에 안되고 국정을 제대로 장악해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선 청와대가 예산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비서실의 내정간섭으로 내각이 위축되는 마당에예산기능까지 장악해선 곤란하다는 반론이 먹혀들었다.
또 총리실로 넘기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총리실의 위상이 너무 강화돼 자칫 대통령중심제 정부형태에 어울리지 않게 비대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일찌감치 배제됐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시드니선언」이후 본격 추진된 조직개편작업은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극도의 보안속에 추진돼 문민정부의「보안」장기를 다시한번 발휘.
최종 실무작업을 추진한 총무처 관계자들은 세종로 정부종합청사10층의 총무처 사무실과 올림피아호텔등을 번갈아 이용해가며 작업을 추진했는데 이들은 특히 별도의 팀을 구성한 후 황영하(黃榮夏)총무처장관이 직접 팀장을 맡아 장관실에 추 진본부를 두고비밀리에 작업.
이때문에 차관이하 다른 간부들조차 낌새를 못챘다고 한다.총무처의 한 중견간부는 작업을 하는동안 망을 보며 기자들의 접근을따돌리기도 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
그러나 보안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발표일인 3일 오전6시에야 인쇄에 들어가 청와대 오찬당정회의에선 기본자료도 없이 대통령과 黃장관이 메모만으로 내용을 설명하는 진풍경을 기록.
○…정부의 조직개편이 확정됨에 따라 각부처의 위상이 과거와는판이하게 달라졌다.
국무총리실이 의전총리.대독(代讀)총리의 불명예에서 벗어나 실세화되고, 신설된 재정경제원이 예산.금융.세제.대외경제정책을 모두 장악한 슈퍼 부처로 등장했다.
국무총리실은 경제기획원으로부터 심사분석기능과 공정거래위원회를이관받는 한편 총리행정조정실장이 수석차관으로 격상돼 차관회의를주재할 수 있게 됐다.특히 차관회의는 정부의 정책결정 안건을 국무회의 상정전 그 추진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점 에서 총리실의 위상을 실질적으로 높이게 됐다.
개발정책이 추진되던 60년대이후에서 80년대 후반까지 막강의힘을 발휘하던 경제기획원은 민간경제활성화로 다소 그 입지가 약화돼왔으나 신설 재정경제원의 등장으로 막강한 지위를 되찾게 됐다. 재정경제원은 기획원의 고유업무인 거시경제정책입안및 조정,예산편성업무에다 재무부의 금융.세제.국고기능까지 갖춘「슈퍼파워」를 갖게됐다.
건설교통부는 수송정책실과 건설지원실을 중심으로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확충하고 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떠맡게 됨으로써 업무추진에 상당한 힘을 갖게 됐다는 평가다.
〈金成進.金鎭沅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