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부조직개편에 대한 苦言-관료 행동.사고도 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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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주말 정부는 가위「행정혁명」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45번의 행정개혁을 했어도 이처럼 방대한 개혁안을 집권도중에 내놓은 적은 없었다.국가간섭의 끈을 끊으면서 성장시대의 정부주도형 조직체계에서과감히 탈피하고,세계화.정보화.지방화.통일화에 대비해 새 시대를 위한 판을 짠 것이다.거기에는 정보통신.건설.교통등 국가의중추기간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고,국가정책의 종합조정.심사분석.
평가기능이 한 곳에서 원활하게 이 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뒤따랐다. 장관.차관.1급및 2,3급 해서 32자리의 고위직을 정리하는 이번 개편안에는 숫자상으로 나타나는 변화 말고도 기획이 곧 간섭이요,규제요,통제라는 정부구도를 정리해 민간부문 자율에맡기겠다는 뜻이 깔려있다.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합치 면서 국가의 근간이 되는 세입과 세출의 행정체계를 일원화하고,경제일변도의 기획체계에서 탈피하고,규제 덩어리였던 금융부문의 독자화 물꼬를 텄다.상공자원부의 기능을 대폭 줄여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했고,중추신경계와 다름없는 국가와 사 회의 기간인 교통과 통신,그리고 건설의 기능을 정리했다.국토를 보존하기 위해 환경업무에 집행기능을 추가한 것이나 사회복지기능을 중시한 것 역시개발시대를 마감하겠다는 징표다.세계무역기구(WTO)등 개방체제에 맞춰 농림수산부의 기능을 조정한 것은 세계화의 추세에 맞춘것이다.교육부의 대학관련 기능을 대폭 축소한 것도 정부 간섭을줄이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지방화시대를 맞아 내무부 기능을 일부 조정한 것 역시 분권의 뜻을 살린 것이다.외부전문가의 기용 기회를 보장해 조직에 활력을 넣겠다는 것도 변화의 실마리로는 참신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번 개혁에서 아쉬운 것 몇가지만 지적하면,과단위 이하의 조직편성권을 장관에게 일임하는데 더해 예산과 인력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재량권을 줘 명실공히 장관중심의 행정을 할 수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그리고 인사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인사위원회의 독립도 함께 추진했어야 했다.재정경제원에 대외경제국이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으며,전체주의 국가도 아닌데 체육을 정부가 감싸고 있는 것 등 내친 김에 부처별로 더 많은 기능을 조정했어야 했다.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원(院)체제에서벗어났어야 했다.총리실이 어중간한 위상을 유지했던 이유중의 하나가 경제와 통일 업무를 청와대에서 직접 통할했기 때문이기도 한데,줄였어도 재정경제원은 앞으로도 매머드부처로 남게 된다.
조직도 생명력이 있어 흔히 인체에 비유된다.몸의 일부분을 떼어 내거나 옮겨 붙인다는 것은 살을 저미는 고통이 따른다.정부는 지금 성형수술의 의미가 담긴 대수술로 이 일에 결단을 내렸는데,공직비리와 같은 환부도 도려내야 정부조직의 건강이 회복된다.앞으로 후속조치 없이는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방행정조직이 개편돼야 함은 물론이고 국회상임위도 정부조직편제에 따라 재편되겠지만,청와대 기능을 포함해 정부 산하 기업과대학을 비롯한 연구소 개편도 뒤따라야 쇄신의 참 뜻이 산다.동시에 보다 중요한 것은 법과 제도의 뜻을 살리지 못하고 검은 것을 검다 하지 않고 희다고 강변하며 비판조차 수용하지 못하면서 시민사회를 짓눌러왔던「관료적 인간군」의 내부세계로부터의 자성과 변신 없이는 정부가 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세계화의 지름길은 관료들의「비판적 합리주의」 사고와 행동이며 공직의 금도는 공공윤리를 심화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이제『네가 있어 내존재가 의미 있다』는 타인중심적 사고를 가져야 변화 속에서 내위치를 다시 찾고 개혁의 아픔을 빨리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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