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전지 대신 수소 전지…'깃털'같은 휴대폰 성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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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크기가 같은 용기에 서로 다른 부피의 물을 담아낼 수 있다면 내부의 표면적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 허파꽈리처럼 내부의 표면적을 넓히면 그만큼 저장 효율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의 저장 용기 또한 이러한 추세로 개발과정을 밟아왔다.

최근 한.미 공동연구팀이 표면적을 넓힐 수 있는 이론을 정립하고 기체를 최대한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외국어대 채희권(화학과)교수팀이 미국 미시간대 야기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한 결과 기존의 카본 저장용기에 비해 표면적이 두배 이상 넓은 '금속-유기 골격구조(MOF)'를 개발한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물질 가운데 최대 표면적으로 흡착제나 촉매로 쓰이는 제올라이트 Y의 표면적에 비해 다섯배나 넓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잡지 '네이처'의 지난 5일자에 발표됐다. MOF는 무기물과 유기물로 이뤄진 일종의 고분자 구조. 아연 금속이온과 산소, 그리고 벤젠 고리 등으로 이뤄졌다. 벤젠 고리 등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어 모양과 물성을 다양하게 조작할 수 있다.

채교수팀은 신물질 고안에 이어 실제 MOF를 만들어 측정한 결과 그동안 개발됐던 MOF보다 표면적이 55% 가량 넓어 다량의 수소나 메탄을 저장할 수 있는 등 산업용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됐다. 채교수는 "리튬전지보다 훨씬 가볍기 때문에 휴대전화용 수소충전배터리로의 개발이 현재 미국 회사를 통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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