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회장 3명 모두 구속 중앙회장 권한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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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개혁의 방향과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농협사태,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가 농민연합 최로 13일 서울 서소문동 배재빌딩에서 열렸다. 이헌목 한농연 농업정책연구소장<右>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중앙회장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농협 개혁은 13년째 제자리다. 다음 정부마저 실패하면 한국 농업의 미래는 어둡다."

학계와 농업계 전문가 200여 명이 한목소리로 농협 개혁을 주문했다. 농민연합이 13일 주최한 '농협 사태,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토론회(서울 배재대 학술지원센터)에서다. 참석자들은 농협중앙회장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된 사태의 원인을 지나치게 비대해진 농협회장의 권한에서 찾았다. 또 차기 정부가 농협이 농산물 유통.마케팅 등 경제사업에 집중하도록 대대적인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민영 대통령 자문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지난달 정대근 회장의 유죄 판결로 세 명의 민선 농협중앙회장이 모두 구속됐다. 중앙회장의 비리 사건은 구조적 문제다. 정부 차원의 농협 개혁을 처음 시도한 지 13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정치권은 목소리만 높였지 제 역할을 못했다. 이번만큼은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 3년간 대통령 자문역으로 일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이헌목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농업정책연구소장=농협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지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농협은 중앙회장이 인사와 예산 등 핵심 권력을 갖고 전권을 행사하는 시스템이다. 견제와 균형이 없다. 대표성.전문성.도덕성을 갖춘 이사회가 회장과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중앙회장의 권한은 대폭 약화시켜야 한다.

◆김정수 본지 경제전문기자=앞으로 10년이 지나면 한국 농업은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과 자유무역을 해야 한다. 미국뿐 아니라 EU.캐나다.호주.중국과도 경쟁해야 한다. 농산물 시장 전면 개방 시대에 우리 농산물이 살아남으려면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협이 생산.유통 관리를 잘해야 한다. 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농업에도 기업처럼 운영되는 경영단체를 키워내야 한다.

◆기원주 협동조합개혁위원회 부위원장=신용사업과 금융사업의 분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농협이 금융사업에만 치중해 유통이나 마케팅과 같은 경제사업에는 힘을 쏟지 않고 있다. 비리에도 자주 연루된다. 농협의 비리 사건은 농민들의 이미지까지 실추시키고 있다. 또 농협의 주인이 농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조합 임직원들은 농민들을 위해 봉사.지원하는 게 아니라 명령하고 규제한다. 한국의 농협처럼 조합원 농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없다.

◆박성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농협은 정책 지원사업이 아니면 투자를 안 한다. 투자를 해도 타당성이 없는 소액투자만 남발한다. 그 와중에 회원조합들은 부실조합이 돼 버리는 안타까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 회원 조합들은 중앙회의 금융사업 수익에 기대 생존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으론 앞으로 살아남지 못한다. 농협은 농산물 판매와 마케팅 등 경제사업으로 수익을 남겨야 하는 조직이다.

◆박진도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차기 농협중앙회장은 농협 개혁의 올바른 비전과 확실한 실천의지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변화를 보고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차기 중앙회장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등 농협 구조 개혁을 임기 내 완료해야 한다. 또 중앙회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지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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