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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참모 다 바꿔" 고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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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뉴브런즈윅의 스테이트 극장에서 부인 힐러리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클린턴은 최근 힐러리의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지원에 힘입어 지지율이 급등하자 선거 유세 전면에 나서고 있다. [뉴브런즈윅 AP=연합뉴스]

요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아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캠프의 선거 전략가 마크 펜을 보면 자주 고함을 지른다고 한다. 힐러리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걸 실감하기 때문이라고 뉴욕 데일리 뉴스가 12일 보도했다.

이처럼 예민해진 빌 클린턴과 신경이 더 날카로워졌을 힐러리는 이날 또다시 기분 나쁜 뉴스를 접해야 했다.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이 발표한 뉴햄프셔주 조사 결과 힐러리 지지율(28%)이 처음으로 오바마(31%)에게 뒤졌다. CNN방송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TV 방송사인 WMUR이 뉴햄프셔 대학에 의뢰해 10일 실시한 조사에선 힐러리(31%)가 오바마(30%)를 겨우 앞섰지만 힐러리의 압도적인 우위는 사라졌다. CNN은 이를 수시로 방송하면서 "아이오와에서 오바마에게 추월당한 힐러리가 뉴햄프셔에서도 위태롭다"고 보도했다.

힐러리에겐 뉴햄프셔가 아주 중요하다. 내년 1월 3일 코커스(당원대회) 형식으로 첫 경선이 치러질 아이오와에서 오바마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에게 패할 경우 그 충격을 흡수하고, '힐러리 대세론'을 되살릴 곳이 뉴햄프셔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힐러리는 1월 8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형식으로 경선이 실시되는 뉴햄프셔에 집중 투자를 해 왔다. 그 덕분에 11월 말까지 선두 자리를 확고히 지켰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CNN-WMUR 조사에서 힐러리는 36%의 지지율로, 오바마(22%)를 크게 앞섰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라스무센 조사에서도 힐러리(33%)는 오바마에 7%포인트 앞섰다.

힐러리가 위기에 빠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미 행정부가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 단체로 지정한 것을 찬성한 힐러리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처럼 호전적"이라고 비난한 오바마.에드워즈의 공격이 먹힌 데다 '사람이 차고 계산적'이라는 이미지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와 클린턴 집안이 돌아가며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여론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탓도 있다.

반면 오바마는 '변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우리가 지금 일어서면 미국을 바꿀 수 있다"고 역설한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힐러리 등 모두 변화를 외치지만 대중은 신인인 오바마의 얘기에 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의 무서운 추격에 직면한 힐러리 진영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데일리 뉴스는 "힐러리 캠프에서 갈등과 반목이 나타나고 있다"며 "빌 클린턴은 선거 참모를 대폭 교체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힐러리 측은 "참모 교체는 없다"며 오바마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힐러리의 뉴햄프셔주 캠프는 12일 기자회견를 열어 오바마가 저서와 유세를 통해 밝힌 젊은 시절의 마약 복용 문제를 거론했다. "오바마가 후보가 되면 공화당은 왜 마약을 했는지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질 것"이라며 오바마의 약점인 '경험 부족'에 '흠 있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추가하려는 의도를 표출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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