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우리도 수험생 못잖게 열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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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반도체설비업체 ‘네패스’의 PKG기술그룹 사원인 백승재(27)씨는 요즘 인터넷으로 ‘사내 학점’을 딴다. 회사가 신입사원 ‘필수 과목’으로 ‘회계 및 원가계산’ 등의 과정을 듣도록 해 집에서도 틈만 나면 인터넷에 접속한다. 백씨는 “처음에는 인터넷 강좌가 재미없을 것 같았는데 만화·그래픽에 효과음까지 곁들여져 강의를 실감나게 듣는다”고 말했다.

백씨처럼 e러닝 시스템을 통해 업무능력을 높이는 직장인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기업용 e러닝’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5년 7620억원이던 기업·공공 e러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890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그래픽 참조). 이미 수능용 학습 사이트를 포함한 개인 e러닝 시장 규모를 추월했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의 심재영 e러닝진흥실장은 “국내 e러닝 시장은 2000년대 이후 연평균 13%씩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기업·공공 분야의 성장세가 눈부시다”고 말했다. 김영순 한국e러닝산업협회장은 “수능 사이트들이 대개 온라인 동영상 강의 형태로 이뤄지는 데 비해 기업용 e러닝 콘텐트는 세련되고 정교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전문 분야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갖가지 시뮬레이션 장면을 보여 주고 강의 내용을 질의할 수 있도록 웹 2.0 개념의 강의기법이 도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 과정도 날로 세분화·전문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어학·정보통신 관련 자격증 교육 등이 주류를 이뤘으나 지금은 자동차 정비·환경 안전·반도체 제조 공정·임상간호사 과정 등 특정 직장인을 겨냥한 맞춤·실용 교육 과정이 적잖다. 특히 이런 강의는 자체 연수 시설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한 중소기업 직장인이 많이 이용한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의 온라인 수강도 줄을 잇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교육비를 지원한다.

e러닝 시장 전망이 이처럼 밝자 관련 기업의 주가도 상종가다. 기업 e러닝 분야의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크레듀’의 주가(액면가 500원)는 한때 15만원대를 기록했다. 대기업들도 속속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KT는 IBM과 손잡고 10월부터 기업교육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인 SK텔링크는 내년 1월 이 시장에 가세한다. 기업 대상 e러닝 업체인 사이버MBA의 방석범 대표는 “우리나라 e러닝 산업은 일본·대만이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며 “자기계발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e러닝은 갈수록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e러닝(e-learning)=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는 ‘사이버 강의실’. 과거에는 강의 내용을 콤팩트 디스크에 담아 PC에서 재생해 보는 방식이 주류를 이뤘으나 요즘은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이 대세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e러닝 시장 규모는 1조7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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