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구하는 세계

중앙일보

입력

- 세계 차 없는 날(Car Free Days) 아세요?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는 1600만대를 넘는다.
집이 없어도 차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상식 중의
상식이 된 지 오래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오토홀릭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혹시 당신도 ‘자동차 없이 못사는 사람’은 아닌가? 다음의 항목을 체크해보자.
* 출퇴근을 차로 하십니까?
* 자녀를 스쿨버스 좌석에 앉히기 보다는 직접 자가용으로 데려다 줍니까?
* 운동하기 위해 체육관에 갈 때도 타를 몰고 가십니까?
* 가까운 마트를 갈 때도 혹시 차를 몰고 마트 주차장에 주차하진 않습니까?
대부분의 항목에 ‘예’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이미 오토홀릭이다.
이러한 오토홀릭들의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 바로 ‘세계 차 없는 날’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1997년 프랑스의 라로쉐라는 작은 도시에서 처음 시작한 ‘차 없는 날’ 행사는 올해 39개국 2,100여 개의 도시가 함께 참여하는 세계적인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2001년 서울과 대구에서 처음으로 이 행사가 시작됐다. ‘세계 차 없는 날’은 9월 22일 날 열리지만 한국에서는 이 날이 추석 연휴 첫날이라는 점과 대중교통 이용의 날이 월요일인 점을 감안해 9월 10일로 앞당겼다. 대구에서는 올해 대구시를 비롯해 관공서뿐 아니라 언론기관과 기업체들도 참가했다. 대구시청과 달서구청은 주차장을 아예 폐쇄해 직원들이 자가용을 가지고 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 전역은 이용 자제지역으로 선포돼 사대문 안으로 자동차가 진입하는 것을 자제시키고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된 곳에는 자동차 진입을 전면 통제했다. 종로에는 임시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설치했고 노선버스 이외의 모든 차량의 운행을 금지했다. 통제구간에서는 각종 퍼포먼스와 문화예술 공연을 펼쳤고 차도로 사람들이 걷는 이색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림1> 세계 차 없는 날 포스터. 그림을 살펴보면 차를 이용하는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탈 것을 추천하고 있다.

<그림2,3,4> 각국의 도시에서는 ‘세계 차 없는 날’에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세계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람들을 위한 거리’라는 글씨가 보인다.

<그림5,6> 일본에서도 차 없는 날에는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축제를 즐긴다.

<그림7> 캐나다의 ‘세계 차 없는 날”의 모습이다.

‘세계 차 없는 날’은 지구온난화로 물에 잠겨가는 나라인 투발루를 구하는 데 작지만 중요한 한 몫을 할 것이다.
* 좀 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지 않은가.
* 운전대만 잡으면 왠지 모른 고립감이 드는가.
* 운전대만 잡으면 성격이 변하지는 않는가.
* 타인과 진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다면 차에서 나오자.
* 당신의 늘어가는 허리 사이즈를 줄여 줄 수도 있다.
* 우리의 아이들은 좀 더 안전한 보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세계 차 없는 날’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가까운 거리를 움직일 때 차를 집에 두고 당신의 두 발로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세계를 구할 수 있다.

객원기자 장치선 charity19@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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