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분할고용 유럽서 확산-전문관리자 필요시간만큼 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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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문직업과 개인생활을 조화시키려는 봉급생활자들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고용제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행하는 「월드 오브 워크」최근호 보고서는 복수의 회사에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근무하는 「時분할고용」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전역에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時분할 고용은 일반 파트타임 직장과 달리 사회보장과 퇴직.실업수당 등 일반 고용자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것이 특징.
이러한 고용 형태는 적은 비용으로 능력 있는 관리자를 원하는중.소 규모 회사들의 필요와 보다 자유로운 직장생활을 원하는 봉급생활자의 요구가 일치하면서 등장했다.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회사는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관리자를 영입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전문적인 관리자를 채용할 비용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이때 회사가 필요한 시간만큼만 관리자를 채용,적은 비용으로 노하우를 배운다는 것이 「시분할 고용」의 기본원칙이다.
기업간 경쟁이 점차 치열해짐에 따라 전문적인 관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하면서도 막대한 인건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는 「시분할 고용」제도가 반가운소식임에 틀림 없다.
봉급생활자의 입장에서도 한 직장에 매여 있는 것보다는 자신의전문지식과 경험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개인적인 삶을 누릴 수 있어 이러한 고용방식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새로운 고용형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프랑스에서는 이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IFTP가 결성됐다.
IFTP는 정치.경제.사회문제 전문연구소들과 연대해 정보를 수집하기도 하고 대학내 고용연구센터까지 건립하고 있다.최근들어서는 직업교육.경영자.전문인력을 연결시키기 위한 고용시장까지 개설하는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시분할 고용」형태가 정착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중소기업성장에 도움을 주어 지역 사회와 국가 부(富)를 증대시킬 수 있고▲소규모 기업들이 노하우를 쉽게 습득하며▲전문직업과 개인.가족 생활과의 조화 등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게 IFTP의 지적.
IFTP는 「시분할 고용」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먼저 전문 관리자들이 적어도 시간의 10%를 재충전등 경력관리에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한다.경영자들 역시 「시분할 고용」이 치열한 경쟁에서 성장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제도라 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분할 고용」은 그러나 넘어야 할 장애들도 많다.대부분의 중소기업경영자들에게는 아직까지 이같은 방식의 고용이 낮선데다 봉급생활자들도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고용방식을 선뜻 받아 들이는 것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고용제도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문화.심리학적인 변화가 늦다는 것도 「시분할 고용」 정착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시분할 고용」이 새로운 형태의 제도로 자리잡아 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경제의 개방화와 더불어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존을 위한 경영환경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되고 이에 따른 고용제도의 재정립이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兪翔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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