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WTO출범이후 한국무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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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점〉 ①세계시장의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경쟁력을 감안한 임금결정이 관행으로 확립돼야 한다.
②자동차등 기술 자본집약 상품을 새로운 전략수출 분야로 육성하고 해외투자를 통해 선진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로 우리의 취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우리 수출은 새로운 성장패턴을 모색하는 가운데 금년들어 두자리대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즉 89년이후 침체되기 시작해 93년까지 연평균 6%내외의 저조한 성장에 그쳤던 수출은 금년1~10월중 14%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주요 경쟁국인 일본(日本).대만(臺灣)의 수출증가율을 크게 능가하는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 수출은 64년 처음으로 1억달러를 달성한 이래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여 30년이 지난 금년에는 9백40여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조만간 수출 1천억달러 시대의 도래를 맞게 되었다.이러한 수출증대는 우리 경제성 장의 원동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이는 64년에4%에 불과하던 수출의존도가 지난해에는 25%로 6배 이상 상승한데서 쉽게 이해할수 있다.
최근의 수출회복은 선진국의 경기회복에도 기인하지만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 산업구조의 우위와 기업 및 정부의 노력에 힘입은 경쟁력개선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이다.금년들어 우리의 수출증대를 주도하고 있는 분야는 반도체.전자제품.자 동차.석유화학.섬유직물 등이며 이런 분야에서의 경쟁력이 한국.대만 수출격차의 주요인이다.앞으로 이러한 우리의 경쟁우위구조를 더욱 강화해야할 것이다.
반면 수입은 수출증가율을 크게 상회하는 18%대를 기록함으로써 무역수지적자가 그동안의 개선추세에서 반전,1~10월중 60억달러로 확대되고 있다.물론 이러한 무역수지적자 확대의 주요인인 수입급증은 신산업 건설과 성장잠재력 배양을 위 한 설비투자확대로 자본재수입이 늘어난데 주로 기인하였다.따라서 전체 수입구조면에서는 원자재 및 자본재가 수입의 90%를 차지해 크게 우려할 바 아니나 국내산업의 경쟁력약화 및 시장개방도 수입증가에 가세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수입증가 세의 안정화를 위해서도 우리 산업의 경쟁력강화가 초미의 과제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대표되는 세계무역질서는 우리의수출시장 확대라는 긍정적인 면도 강하지만 국내시장개방에 의한 수입증가.산업구조조정 부담과 아울러 후발국의 추격과 무한경쟁을이겨내야 하는 어려움을 제기할 것이다.특히 복 지정책의 수정,노사협력틀의 재구성,과감한 경영혁신으로 잃었던 경쟁력을 되찾고있는 선진국의 약진으로 우리의 경쟁입지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 우려된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문제는 대내외적으로 변화된 환경에 부합되는 경쟁원천을 찾아내고 가꾸는 노력이 우리 무역발전의 지상과제다.
첫째,경쟁력요소의 가격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경제활동에 참여한대가로 받는 소득은 타분야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자신의 경제적기여범위내에서 지급되어야 한다.특히 최근 수년간 우리의 경쟁력을 약화시켜온 임금은 어디까지나 생산성 범위 내에서 인상되어야한다.이를 위해서는 낡은 노사관계의 틀에서 벗어나 국제경쟁력에미치는 영향을 감안,임금이 결정되는 관행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미국의 자동차 노조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금안정에 앞장선 것은 본받을만한 사례다.
둘째,새로운 전략수출분야를 개발.육성해야 한다.이제 전략수출분야는 자동차,기계,전기.전자 등 선진국형의 기술.자본집약상품에서 찾아야 한다.그동안 수출구조 고도화가 크게 진행되어 우리나라 수출중 중화학공업의 비중이 94년 현재 68 %에 달했으나 일본의 현수준 88%는 물론 70년수준 75%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셋째,세계화로 국경없는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89년 현재 해외생산이 3조8천억달러로 세계무역(2조9천억달러)을 능가하고 있는 것은 우리경제의 활로가 세계화에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세계도처의 경쟁요소를 최적으로 결합해 절대우위를 확 보해야 한다.과감한 해외투자를 통해 해외현지의 경쟁요소를 활용함과 아울러선진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로 우리의 취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끝으로 원화환율이 과도하게 절상되어 경쟁력약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자본시장개 방으로 외환시장 수급면에서 절상압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부는 외환수요촉진을 통하여경영합리화 및 구조조정 등 기업의 흡수능력이상의 절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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