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있는생각>조직혁신과 減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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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흔히들 정보화를 제2의 산업혁명으로 비유하면서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가져다준 물질적 풍요와 생산성 증대등 장미빛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산업혁명도 초기에는 엄청난 부작용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산업혁명의 초기단계인 19세기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먼저 1750년부터 1860년사이 일부 농장주나 지주들은 당시 주생산물인 모직의 원료가 되는 양모의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해 농민들을 농장에서 내몰고 농장에 양을 키움으로써「양이 사람을 잡아먹는」사태를 일으켰다.농토를 잃은 농업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도시로 모여들어 공업노동자로 전환하면서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에 많은 고통을 겪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이러한 현상들은 새로운 제도와 기계의 도입이 인간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희생을 초래하면서 결국에는 인간적고통을 심화시키는 과정이었으며 이는 결국 인간보다 물질을 중시하는 물신숭배사상의 단초였다.
요즈음 기업에서는 조직혁신이 한창이다.조직혁신의 핵심은 정보기기의 도입에 따른 경영기법의 효율화로 원가절감.생산성의 극대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이러한 조직혁신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 결과가 중간관리계층의 감소나 인력의 감축 으로 나타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정보화의 진전이 결국 사람대신에 컴퓨터가 노동의 핵심을 차지하게 되는,즉「컴퓨터가 사람을 잡아먹는것」이 아닌가하는 정보화의 우려를 낳게 한다.
기업의 목표가 이윤극대화라할 때 경영자는 비용의 과감한 절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으며 그 결과는 불필요한 인원의 감축으로 나타나고 만다.그러나 기업의 목표는 이윤극대화에만 있는것은 아니다.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을 통해 노동의 기회를 얻고 있으며 노동의 대가를 통해 개인과 가족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이러한 점에서 기업의 일차적 책임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노동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경청할 만하다.
현대사회에서 일터에서 쫓겨난 사람은 곧 인간사회에서의 추방을뜻하며 그결과로 빚어지는 개인적인 좌절감과 사회적 부적응은 개인과 가족의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일터에서 쫓겨난 사람은 인간의 의무이며 동시에 권리인 노동권을 박탈당하는 셈이다.일터에서의 주관자는 어디까지나 인간이며 기술과 기계는 인간의 노동을위한 보조자에 지나지 않으므로 아무리 컴퓨터와 통신이 발달한 정보화사회라하더라도 컴퓨터가 노동의 주체인 인간을 대체할 수는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미국에서 는 이미 조직혁신으로 연간 1백만에서 2백5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종업원들의 직업안정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중산층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우리나라 기업들의 광범위하고 파격적인 조직혁신이 인간에게 일터를 빼앗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서는 안될 것이다.
〈다음주 월요일자 본란에는 양유석(梁裕錫)통신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의 글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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