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艦 소니號 어디로가나-모리타 회장이후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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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세계 전자업계의 총아인 일본의 소니社도 나이(社齡)50을 앞두고 큰 고비길에 들어섰다.회사의 얼굴로서 카리스마를 가졌던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73)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소니는 당분간 회장을 공석으로 둔채 재임 13년의 오가 노리오(大賀典雄.64)사장체제를 유지할 것이라 했다.그러나 그 뒤에는 모리타회장 퇴진으로 인한 공백이 너무 클뿐 아니라 오가사장을 이을만한 인물도 아직 키우지 못했다는 고민이 숨어있다.
재계에서는 과거 마쓰시타(松下),혼다(本田)의 창업주들이 물러나면서 겪어야 했던 위기가 소니에도 올지 모른다고 점친다.
작년 11월 뇌출혈로 모리타회장이 쓰러진 지 5개월만인 지난4월 소니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소위 컴퍼니制를 도입했다.해이해진 자세를 가다듬어 벤처정신을 살리며 국내생산의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니는 발표했다.
역시 그 뒤에는 모리타회장체제에서 오가사장을 중심으로 한 집단체제로 바꾸면서 사장후계자를 키운다는 뜻이 숨어있었다.컴퍼니는 8개이며 그 대표로 8명의 프레지던트가 있다.선두주자는 역시 최대 컴퍼니인 소비자 AV(오디오.비디오)컴퍼 니를 이끄는모리오(森尾.55)부사장이다.그는 카메라일체형 8㎜VCR를 대히트시킨 후 젊은 나이에 부사장에 올랐으며 소니가 가장 중시하는 「기술을 아는 사람」에서 최고점수를 받고 있다.
소니를 지탱해온 것은 창업주 이부카 마사루(井深大.86)명예회장과 모리타회장에서 이어지는 기술중시사상과 모리타회장의 1人지도체제였다.이에대해 라이벌인 마쓰시타는 『소니는 마르모트다.
기껏 개발해봐도 그것은 실험이지 파는 것은 우리다 .소니는 몸은 크지만 모리타에 의해 동네가게 경영밖에는 못한다』고 비방한적이 있다.마쓰시타의 소위 수도(水道)철학(수돗물처럼 방방곡곡에 공급한다는 개념)과 소니의 기술철학싸움은 지금도 여전하다.
소니가 컴퍼니制를 도입,分社化로 나가고 있는 것과 반대로 마쓰시타는 회장중심의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회장부재의 소니가 그래도 1년간 전혀 문제없이 꾸려온 것은 TV.디스플레이를 견인役으로 하는 AV기기가 북미.아시아에서 그런대로 잘 나갔기 때문이다.유럽과 일본국내도 서서히 회복되고있다.또 영화쪽이 흑자가 나기 어렵지만 음악쪽에 서 보완하고 있다.이에 힘입어 최강점을 가진 미니디스크의 저가격품 투입,내년부터의 게임기시장 참여등을 전략중심에 놓고있다.게다가 엔高극복책으로 해외생산을 풀조업한다는 것이다.현재 해외생산비중은 41%지만 45%까지 올릴 계획이다.이 를 위해 아쓰다(熱田)공장을 통.폐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실정에도 불구,92년 3월결산(관계사제외)에서처음으로 경영적자를 보였으며 그이후 성장을 이어갈 대히트상품이안나와 속으론 애를 태우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오가사장은 내년 임원으로서 정년(65세)을맞게돼 내년 3월 결산에서는 어차피 사장의 회장승진,새사장선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오가 신체제가 창업자들이 일궈온 소니의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살려나갈지 재계 시선이 부 쩍 쏠리고 있다.모리타체제의 구심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음이 확실히 드러나고있기 때문이다.
[東京=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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