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일거리 못찾는 배지 많다-공전국회 의원들 무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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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앞 지하차도에는 요즘 커다란 현수막 하나가 붙어있다.민주당의 한 중진의원「후원의 밤」행사를 알리고 있다.며칠전에는 한 야당 소장의원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2,3일 간격으로 현수막이 바뀐다.17일에는 이석현(李 錫玄.안양을)의원,19일에는 이원형(李沅衡.서울은평을)의원,24일에는 신순범(愼順範.여천)의원의 후원회행사가 열렸다.민자당 기자실에도2~3일에 한장꼴로 팸플릿이 배포된다.후원회행사 안내장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남문(南門)앞에는 맨해턴호텔이란 곳이 있다.무궁화 네개짜리 호텔이다.여의도에서는 유일하게 고급사우나탕이있는 곳이다.요즘들어 이 사우나탕을 이용하는 의원들이 부쩍 늘어났다.평소의 두배를 넘는다는게 종업원의 얘기다 .
25일 오후3시쯤.사우나탕에는 이미 2명의 야당의원들이 땀을뻘뻘 흘리며 앉아 있었다.『요즘 어떻게 소일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저 이렇게 지내고 있지』라는 무덤덤한 대답이었다.『국회가 노니까 만나자는 사람도 없다』는 얘기였다 .
민자당의 한의원은 요즘의 자신을「고등 룸펜」에 비유한다.하기야 하는 일이 없으니 그런 말을 할만하다.
민자당은 지난주부터 의원들의 지역구행을 금지시켰다.여의도 인근에 머물러 있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단독국회 강행방침 때문이다.그러다보니 지난주 내내 민자당의원들은 여의도 주변만을 할일없이 맴돌았다.
여의도를 조금만 벗어나면 모정당 중진급 의원의 개인 사무실이있다.이곳에서는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고스톱판이 벌어진다.주로오후에 모여든다.25일 오후에도 영락없이 3명의 의원들이 모였다.물론 도박판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시간을 때우자니 할수 없는 모양이다.
야당은 현재 장외(場外)투쟁을 하고있다.그러나 장외가 아니라아예 국외(國外)투쟁(?)을 하는 의원들도 많다.국회공전기간중외유를 떠난 의원은 10여명에 달한다.
24일 오후4시쯤.국회도서관 의원열람실.민자당 강신옥(姜信玉.전국구)의원만이 책을 읽고 있었다.전날도 그전날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국회가 논다고 의원들이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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