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議總 왜 못여나-李대표 사퇴서 낸뒤도 앓는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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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의 의원총회가 지난 7일을 끝으로 20여일째 못 열리고있다.무슨 이유에서인지 이기택(李基澤)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한 마당에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일요일인 27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최고위원.고문 연석간담회에서는 28일 최고회의를 열기로 한 반면 의총 개최일정은 잡지 못했다.
동교동계 권노갑(權魯甲).유준상(柳晙相)최고위원과 비주류 신기하(辛基夏)원내총무가 의총을 개최하자고 주장했지만『당론이 분열될 수 있다』는 李대표와 박일(朴一)고문등의 반대로 보류됐다. 간담회후 조세형(趙世衡)최고위원은『의총을 못 여는 것은 당지도부의 투쟁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돌출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이와 관련,李대표측은 의총 열기를 꺼리는 듯한 인상까지 주고있다.하지만 일각에선 의총 이 열릴 경우 당내 최대계보인 동교동계와 비주류측에 의해 자칫 李대표의 장외투쟁 노선이 뒤엎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27일밤김상현(金相賢)고문이 주재한 비주류의원들의 모임에서는 李대표측이 의총 개최를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불만도 표출됐다.金고문은『의총만 열린다면 병행투쟁론이 관철될 수 있을텐데…』라고 푸념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현재 12.12 기소촉구투쟁에 매달린 나머지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부천시 세도(稅盜)사건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 최대현안인 세계무역기구(WTO)가입안을 민자당이 단독처리한다해도 속수무책이다 .이때문에 국회 내무위.농수산위.예결위 소속의원중 상당수는 국회를 팽개친 장외투쟁 지속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결국 12.12투쟁 초반 강경투쟁으로 가닥을 잡아준 계기가 됐던 민주당 의총이 이제는 오히려 12.12투쟁에 걸림돌이 될까봐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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