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에서>용병GK반대할 이유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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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GK문제로 다시 축구계가 술렁거리는 모양이다.생각해보면 70년대 중반 이세연.변호영이 은퇴한 이후 우리 축구는 GK 컴플렉스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셈이다.지난 세차례 월드컵에서도 GK가 조금만 파인 플레이를 해줬다면 우리는 이미 대망의 본선 1승과 16강 진출을 달성했을지도 모른다.선수로서는 전성기를 넘겨 환갑나이인 사리체프(34)가 한국 프로축구에서「神의손」으로 통한다는 것은 벌써 우리 GK들의 수준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제 GK 문제는 한층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듯하다.유공이 사샤라는 러시아 용병 GK를 수입해 사리체프와 맞대결을 시키면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문제다.두 용병의 활약을 본 다른 프로구단들이 역시 용병 GK 수입 의 사를비치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축구계에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는 모양인데,필자는 우선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다.
즉 GK수입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있는가하는 점이다.우리 프로 축구는 외국인 선수의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그런데 어떤 이유로든 특정 포지션의 선수는 수입을 제한한다는 것이 논리상 맞느냐는 얘기다.더구나 이미 일화와 유공이 용병G K를 쓰고 있는 마당에 다른 구단의 수입을 제한한다는 것이 경쟁의 룰에도맞지 않는다.아마 그런 제한조치가 가시화 된다면 국제적으로도 웃음거리가 될 게 분명하다.
너무나 원론적인 얘기가 될 지 모르지만 우리 GK들이 더욱 분발해 용병들에게 포지션을 뺏기지 않는 수 밖에 없다.실력만으로 평가 받는게 스포츠요 프로 무대가 아닌가.배타적인 어떤 배려에 의해서 출전기회를 얻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치욕이 아닐 수 없다.우려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는 모양이다.『용병들에 밀려 국내 GK들이 자기 포지션을 찾지 못하고 후보로 밀리면,프로팀의 후보가 국가대표팀의 주전이 되는 경우도 생기게되지 않는가.』 여기서 필자는 스페인 대표팀의 사례를 떠올리게된다.지난 월드컵 때 스페인의 투 톱으로 활약한 살리나스가 소속팀인 바르셀로나에서는 후보로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점이다.필자도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당시 바르셀로나의 투 톱은 바로 로마리오와 스토이치코프였다.그러니 제아무리 살리나스라고 해도 벤치를 지킬 수 밖에….이것이 프로페셔널이다.
용병 GK의 수입을 제한하라느니,국내GK들의 입지를 보장하라느니 하는 주장을 하기보다는 그들의 뛰어난 기술을 우리것으로 받아들이는 방법,그리고 정말 뛰어난 국내파 GK를 양성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궁리하는 것이 축구인들의 할 일이라고생각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GK는 열한명중의 한명이 아니라 나머지 열명과는 별도의 선수라는 개념으로 키우고 관리해야만 한다.즉 한축구팀은 11명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10+1명으로 구성된다는 의식의 전환이 앞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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