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코너>日本사친회-日회장단 訪韓 계기로 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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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나라의 초.중.고교에는 육성회 산하에 어머니회.명예교사회.녹색어머니회.청소년단체 운영위원회.급식위원회등 다양한 학부모회가 설립되어 있고 올 초에는 학교운영자문위원회까지 발족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조직에도 불구하고 그 활동은 주로 일부 시설지원활동에 그치고 그나마 「치맛바람」에 의한 찬조금품.촌지등 비난의 대상이 돼 행정부의 통제를 받아왔다.
보다 중요한 사회.가정과 학교간의 연계에 기여하고 학생들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협조하고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하는 학부모단체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교총에 의해 발족된 교육바로 세우기 전국 협의회(의장 玄勝鍾)는 「학부모 대학원」을 개설,학부모의교육 의식을 개혁함으로써 능동적이고 올바른 교육참여를 위한 새로운 학부모회를 조직하는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협의회는 21~24일 일본 PTA(Parent Teacher Association의 약자로 사친회를 의미함)전국 협의회 임원인 아베 이사오 회장과 우스다 다이겐 부회장등3명을 초청해 일본 사친회의 활동상을 알아 보고 공통관심사에 대해 협의했다.
일본의 사친회는 종전후 미국의 학제(學制)와 함께 반강제적으로 도입된 이후 40여년간 아동교육의 방향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학부모.교사의 협력집단으로 자리잡았다.
아베 회장은 『일본 사친회는 공립 초.중학교(전체 학교의 90%)가 주축이 되어 「우리 아이의 교육은 우리가 책임진다」는주제아래 아동들이 최상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고본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일본 PTA 조직은 전국협의회 아래 9개의 지방협의회,시.군PTA 연합회,3만4천개의 학교단위 연합회가 있고 1천3백만명의 개인 회원이 있다.
재원은 개인회원당 年 5천엔 정도의 회비와 1억7천7백만엔에이르는 문부성의 지원으로 충당한다.그러나 기본적으로 국가나 지방공공단체로부터 절대적으로 독립돼있는 단체다.
설립당시인 50년대는 비품등 단순경제적 지원활동을 하다 점차교육의 목표설정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일본 역시 우리와 같이 학력주의 사회로서 기능교육에 치중해왔다.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전인교육이 중요하다는 각성이 일고있다.가정과 학교가 함께 아이들의 인성 교육을 맡는다는 것이다. 일본 PTA는 인성교육을 위한 한 방안으로 가정교육의 강화를 내세웠다.이를 위해 월 2회 국민학교 토요일 휴교를 법제화하는데 앞장서 결국 지난10월부터 실시되게했다.대부분의 산업체가 이미 오래전부터 1주일에 닷새만 일하고 토요일은 쉬기 때문에 아동들도 가정에서 가족과 시간을 쓰도록 하자는 것이다.내년부터는 매주 토요일 휴교로 확대 실시된다고 한다.
전인교육의 실현이라는 차원에서 PTA의 역할은 학교교육에만 국한돼있지 않다.
건전한 청소년 육성을 저해하는 전화 프로그램,텔레비전 프로그램,사행심리를 조장하는 복권.유해도서등의 배제를 위해 법제정을추진하고 있다.
일본 사친회의 관심과 활동은 단위학교나 국내에만 국한돼있지 않다.PTA는 작년 7월 북해도지진 재해 피해아동들을 위해 3억엔의 재정원조를 했다.
또 캄보디아에 중학생을 파견,외국경험도 시키고 중국 벽지에 물품도 보낸다.
PTA중앙회는 이러한 여러가지 활동을 위한 재정확충을 위해 회비와는 별도의 기금 5억원을 마련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베 회장은 『PTA회원이 많아 개인의 기부금에 크게 의존하지않아도 거뜬히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연하장이나 카드등 쓰다 버린 것들을 우체국으로 가져가면 원가의 80%정도를 되돌려받는데 그렇게 개개인 재활용품의 현금화를 통해서도 기금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사친회와 간담회를 가진 서울강남교육청 어머니협의회장 차경선씨는 『그동안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자녀의 교육에 관해서 학교나 행정당국에 강력한 건의를 못했는데 일본의 사례에서 배운 점이 많다』며 『교사들과 학생교육에 관해 논의하고 학교후원을 떳떳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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