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기수 부상에 시달린다-올시즌만 14명 전치2주이상다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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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경마의 꽃」기수들은 보통 보험을 서너개씩 들고 있다.
또 경주마가 출발선을 박차고 나가면 구급차가 그 뒤를 따라 함께 달린다.이것은 기수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지난 20일 3경주에서도 박윤규(朴潤圭.28)기수가 낙마,왼쪽 팔이 부러지는등 전치 3 개월의 진단을 받고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커브가 심하고 주로가 평탄치 못해 기수들이 평소에도조심하던 4코너를 돌던중 앞서가던 송석헌(宋錫憲.27)기수의 「자가발전」이 철책과 부딪친데 이어 자신이 몰던 「입성」도 잇따라 부딪치면서 사고가 일어났다.그러나 이 정도 부상은 기수들사이에서는 경상(?)으로 화젯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기수들은 92년11월4일 경주 도중 낙마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고삐를 놓은 金종온기수(당시 28세)의 사고 순간을 생생히기억한다.金기수는 그때까지 2천5백72경주에 출전해 우승 3백80회,준우승 3백57회를 기록하며 김명국(金明 國.30)기수와 함께 「가장 잘 나가던」기수로 꼽혔으나 불의의 사고로 기수생활을 도중하차하게 됐다.
이보다 1년앞서 91년11월1일에는 金태성기수(당시 28세)가 「기지개」를 타고 골인지점을 향하던중 말에서 떨어져 뇌진탕으로 숨졌다.
85년 徐대성기수(당시 24세)에 이어 기수로서 두번째 숨을거둔 것이다.
서울조기협회에 따르면 기수 64명중 올해 전치 2주 이상 부상한 기수는 모두 14명.이중 김모근(金謨根.32)기수는 지난5월 대퇴부를 다쳐 내년 1월까지 장기간 치료받아야 할 처지에있는등 현재 5명이 말을 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부상이 끊이지 않는 것은 경마 자체가 워낙 위험하기 때문.시속 60~70㎞로 달리기 때문에 말이나 기수가 조금만 균형을 잃어도 바로 대형사고로 연결된다.
특히 성적이 수입으로 인식되는 개인마주제가 도입된 이후 경쟁이 심화,서로 좋은 코스를 잡기 위한 과정에서 말이 부딪치면서기수가 낙마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기수들은 『비.눈이 내리는 날이면 고삐를 잡기가 두렵다.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감(感)으로 레이스를 펼친다』고 실토한다. 특히 과천경마장은 배수시설이 완벽하지 않아 비오는 날이면 주로(走路)에 물기가 많이 고여 진흙이 기수의 안경에 튀어오르면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아 항상 낙마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수들은 자유소득직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산재(産災)혜택을 받지 못한다.또 부상으로 말을 타지 못하면 상금받을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기 때문에 항상 불안에떨고 있다.하지만 「프로」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고삐를 당긴다. 〈金相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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