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세계화...口號는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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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80년대말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져들고 이어서 유럽 경기가 악화되기 시작했을때 미.유럽의 선진국들은 상대적으로 높은경제성장률을 지속하는 아시아를 벌써부터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유럽의 선진국 기업들은 아시아의 성장이 앞으로 세계경제 성장의 주역이라는 판단아래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기위한 활동을 늘려왔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 등의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선진국 기업들의 각축(角逐)은 약육강식(弱肉强食)의 경제전쟁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올들어서 선진국 언론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과 이슈중의 하나는아시아 경제 얘기다.英이코노미스트誌는 한달전 세계경제를 전망하는 특집에서 앞으로 아시아 지역의 경제발전과 이에따른 사회간접자본 구축 붐이 가장 중요한 국제경제 현안의 하 나라고 지적했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나 월스트리트 저널등 세계적인 경제 일간지들도 올들어서는 기회가 날때마다 아시아 경제를 특집으로 다루며 각국의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을 놀라울 정도로 면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지역 경제블록의 기반을 이미 다져놓은 미국은 아태경제협력체(APEC)를 주도해나가면서아시아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지금 미국에서는 『미국의 장래는 아시아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래전부터 지역 경제블록을 형성해온 유럽연합(EU)은 APEC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아시아 시장에서의 미.일 독주를견제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아시아를 눈여겨 보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21세기 본격적인 경제전쟁을 앞두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며칠간 언론을 통해 비친 한국의 세계화는 과거 10여년전부터 정부가 틈날때마다 외쳐온 국제화라는개념을 새롭게 포장한데 불과한 느낌이다.
국제화나 세계화라는 것은 구호나 개념을 외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오랜 세월을 두고 바깥으로 눈을 돌려 실제 활동을 국제적으로 전개해야만 자연스럽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국제 경제활동이 오래전부터 추진돼 왔어야 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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