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포근 예보에 겨울용품업계 비상-의류.난방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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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날씨가 곧 돈이다』-.올 여름철 폭서(暴暑)가 겨울 혹한(酷寒)으로 이어질 것으로 지레 짐작,물건을 잔뜩 만들어 놓았던의류.가전.보일러등 겨울용품 생산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예상과는 달리 『올 겨울은 대체로 예년보다 포근할 것 』이라는 장기전망을 기상청이 24일 내놓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70년만의 더위에 걸맞은 「춥고 긴 겨울」을 예상해 가전.의류업체들이 생산계획을 최고 30%씩 늘려 잡아 대부분 이미 생산을 끝내놓은 상태여서 벌써부터 재고처리에 고심하고 있는 업체가 많다.
종합의류업체인 A社의 경우 올 겨울 매출목표를 당초보다 20%이상 늘려 잡았다.그러나 이달 들어 매출이 예상보다 저조하자목표조정을 위한 브랜드별 본부장회의를 잇따라 열고 비상대책을 마련중이다.
이 회사는 비상대책으로 보통 제품가의 30%인 할인판매율을 40%이상으로 올릴 것을 검토중이다.또 겨울철 이상난동이 현실화되기 전에 생산제품을 빨리 처분하기 위해 유통기간을 최소화하는 전략에 착수했다.
모피업체인 B社의 경우도 벌써 심각한 겨울불황 조짐에 울상을짓고 있다.이 회사도 올겨울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10%가량 늘려 잡아 생산을 지난해보다 5%가량 많이 해놓은 상태다.
모피 성수기는 보통 11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이나 올겨울은 11월이 거의 다 지나가도록 직판장 판매실적이 지난해의 절반정도에 그치는등 극히 저조하자 비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우선 올겨울 판매목표를 하향수정하거나 매년 2월중 실시하는 정기세일 기간을 대폭 늘리고 할인율을 확대하는 대책을 검토중이다.그래도 재고가 적정수준을 넘을 경우 상설할인매장을 만들어 40%이상의 할인판매도 고려중이다.
삼성물산의 에스에스패션.럭금의 반도패션.코오롱상사.서광등은 이미 최고 40%할인의 겨울철의류 세일을 다투어 시작하고 있다.코오롱과 반도패션이 25일,에스에스패션이 26일부터 이미 각각 세일에 들어갔으며 나산실업은 28일부터 겨울철 정기세일을 시작한다.
의류업체들이 겨울제품 생산량을 이처럼 늘린 것은 그해 여름의더위가 얼마나 심하고 길었느냐를 척도로 해서 겨울시즌 생산량을결정하기 때문이다.믿을만한 장기 기상예측이 없는데다 늦여름까지는 생산을 끝내야 하는 계절제품의 특성때문이다 .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95%할인을 해서라도 재고를 처리해야하는 의류업체의 특성상 기상청의 예보처럼 따뜻한 겨울이 이어질경우 내년봄이후 재고부담으로 인한 의류업체들의 도산이 잇따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캥거루」라는 고유브랜드를 갖고 내수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장갑제조업체 한영기업도 지난해보다 30% 많은 45억원으로 매출목표를 늘려잡고 상품을 내놓았으나 판매가 부진해 울상이다.
***20%정도 더 생산 소매점들로부터 추가주문이 들어와야 할 시점인데도 주문이 없다는 설명이다.
난방보조기기인 부탄히터를 만들어 팔고있는 ㈜유공가스의 경우 올해 10만대를 팔 계획을 세우고 9월부터 판매에 나섰으나 25일 현재 5만대가량밖에 팔지 못했다.
이 회사는 올겨울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할 것이라는 기상대 전망에 따라 올 판매가 8만대 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12월말께는 15~20%가량의 할인판매도 계획하고 있다.
팬히터나 온풍기.가습기등을 만드는 가전업계의 경우아직은 판매가 예년수준이다.이들 업체들도 「추운 겨울」을 예상,생산량을 20%이상 늘렸다.
금성사의 경우 당초 지난해보다 생산량을 5~10% 늘릴 계획이었으나 기상청의 장기기상예보와 수년간의 겨울날씨 분석자료등을토대로 계획을 고쳐 20%증산으로 결정했다.대우전자도 20%가량 생산을 늘려 잡았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판매 순조는 소비자들의 사전대비 심리로 해석되고 있다.또 대리점들이 올여름 에어컨.선풍기등의 극심한 품귀현상에 자극받아 물건을 미리 확보해두자는 심리도 가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이상난동이 이어지고 포근한 겨울이 현실화되면 매기가 끊어져 메이커와 대리점들이 모두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鄭在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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