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작가회의 새길 찾기-생태계등 범인류문제로 관심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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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74년 유신정권 아래서 결성된 이후 역대 독재정권과 싸우며 민족문학의 자존심을 지켜온 민족문학작가회의(당시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민족문학의 진로를 선언하고 나섰다.19일 오후5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창립 20주년기념식에서 발표한 선언문은 작가회의가 90년대 들어 시대변화에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던 시점에서 나온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백낙청을 중심으로 최원식.임규찬.김영현.김형수씨 등이 공동작성한 선언문은▲문민정부 출범이후 급변한 국내외정세에 대한 입장▲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반성▲앞으로의 활동방향 등으로 요약된다.
선언문은 정세에 대한 입장에서 『80년대가 육탄전을 요구하는시대였다면 90년대는 언술이 힘을 떨치고 지혜가 소중해진 시대』라고 전제하고 『한동안 우리의 주요과제이던 반독재투쟁,문학인으로서의 기본적 입지 확보를 위한 투쟁이 더 이 상 조직의 핵심과제는 아니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이어 선언문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과거의 활동방식에 대해 『우리들 스스로가 더러는 지나치게 편협하고 감상적인 민족개념을내세우거나 민중혁명에 대한 교조에 사로잡혀 대중으로부터의 고립과 문학적 불모성을 자초한 바 없지 않다』며 회 원들의 자기쇄신을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인식과 자기반성에 뒤이어 선언문은 앞으로의 활동과관련해 성차별의 문제,생태계의 위기 등 80년대에 소홀했던 범인류적 과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나갈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언문은 작가회의의 문학적 지향의 전면 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법론상의 부분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나 민족문학이라는 기본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성격이 짙다.
송기숙(宋基淑)작가회의 회장은 『최근들어 민주화의 부분진행에따라 문인의 자유실천운동 자체를 낡은 것으로 치부하고 국제화의조류에 편승해 민족문학자체를 부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이번 선언문은 이런삐분위기 속에 서 진정한 문화적 정체성을 정립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회의가 구체적으로 민족문학의 새로운 위상을 어떻게 정립해나갈지는 미지수다.
또 젊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민족문학이라는 개념자체가 아직 유효한가에 대해 회의의 눈길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새로 창간된 문예지 『문학동네』는 민족문학의 문제를 창간특집으로 다루면서 우리문학의 민족주의가 안고 있는 전근대성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구체적 방법론 모색 결론적으로 작가회의는 민족문학에 대한 개념의 재정립과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새로 세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문단에서는 적어도 이번 선언문이 그동안 분열됐던 우리문단을 끌어 모으고 중도를 용납하지 않았던 팍팍했던 풍토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데는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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